지역생태계 건강성 가늠하는 지표종…도내 35곳서 서식 확인돼
전주천에 수달이 나타났다. 임실·남원·장수 등 동부 산간 지역에서 수달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종종 있었지만, 도심하천인 전주천 한벽루 부근의 수달 서식은 그야말로 뜻밖이다.
이 일대의 어류가 늘고 건너편의 하천생태계가 자연성을 되찾았다는 반가운 증거이기도 하지만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어디선가 수달 서식지의 먹이사슬이 무너졌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태조사단은 두 차례에 걸쳐 전북 수달서식지 분포현황과 전주천에서 발견된 수달의 서식지 보호 방안을 진단한다.
△먹이사슬의 제일 윗자리
족제비과 동물답지 않게 또랑또랑한 눈망울과 작고 귀여운 수염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수달. 인위적인 손길이 닿지 않아 청정한 지역이나 물고기 등 먹이가 많은 강, 호수, 늪, 해안과 섬에 주로 서식한다.
꼬리를 포함해 1m20㎝ 넘는 대형 포유류인 수달은 해당 지역 생태계의 건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수환경의 지표종이다. 먹이사슬의 제일 윗자리에 위치하면서 생태계를 균형 있게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수달과 같은 대형 종의 보존 사업은 다른 생물종의 서식 환경이 좋아지고 종 다양성이 늘어나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종합적인 대책이다. 우리가 수달의 서식지 발견에 환호하는 이유며 서식지 보존대책을 촉구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1982년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했고, IUCN(세계자연보전연맹)도 수달을 적색 목록 보호 종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천과 호소가 만나는 곳이 최대 수달 서식지
전국적으로 수달은 백두대간을 축으로 흘러내린 산지의 계곡과 자연 조건이 양호한 강 상류나 댐 유역에 분포한다. 해안지역은 리아스식 해안선과 작은 섬이 많고 양식장이 많아 먹이가 풍부한 남해안에 주로 분포한다.
전주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는 도내 64개 지점에서 수달 분포 조사를 진행한 결과 35곳에서 수달 서식을 확인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장수 천천 금강 상류 일대를 중심으로 용담호 수계인 주자천, 정자천, 구리 향천 일원이 수달의 최대 서식지로 조사됐다.
이날 조사단과 동행한 전주지방환경청 김강수 연구원은 하천과 호소가 만나는 지점이 인위적인 간섭이 적고, 먹이인 물고기가 많고 이동이 편리해서 수달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옥정호 수계는 순창 추령천과 임실 오원천 상류에서 서식이 확인됐다.
오원천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구간이 있어 어족자원이 풍부하고 하천폭과 수심이 유지되고 있어 서식 환경이 좋은 편이다. 옥정호 호소는 수달이 발견되지 않았다. 부안 댐은 해안 근처에 위치한 호소로 해안부근에는 최대의 서식지로 관찰됐다. 백천, 운산천, 부안호에서 고르게 족적과 배설물이 확인됐다.
△수달이 살기 좋은 곳
수달은 크고 작은 바위가 있어 수심이 깊은 소와 여울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 수달의 먹이인 물고기들이 많아서다. 일반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새끼를 양육할 수 있는 은신처로 이용할 수 있는 갈대나 달뿌리풀 등 수변 식물이 많은 곳을 좋아한다.
집에 돌아가기 전 반드시 몸을 건조시키는 습성을 갖고 있는 깔끔을 떠는 수달이 건조한 수풀에 몸을 비벼 말리거나 바위에서 수분을 털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달의 보금자리는 나무뿌리, 통나무, 하천의 제방, 바위의 틈 등을 보금자리로 이용한다. 따라서 하천 주변의 생태환경은 수달의 서식 여건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2급수 수질에서 수달의 흔적이 자주 발견된다고 한다. "먹이가 부족하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환경이 안 좋더라도 먹이가 있는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김 연구원은 추정한다. 앞서 언급한 만경강이나 소양천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자문=김강수(전주지방환경청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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