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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촛불집회신고 고교생 학교서 추궁

덕진署 파문확산...시민단체 공권력 남용 비판·경찰도 유감 표명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신고를 한 고등학생의 학교를 찾아가 집회신고 배경 등을 캐물은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학교를 찾아간 경찰이 소속된 전북경찰청과 전주덕진경찰서 홈페이지에는 이에대한 네티즌들의 항의글이 잇따르고 있고, 경찰의 이번 행태를 질타하는 시민단체들의 성명도 연이어 발표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전북경찰청과 해당 학생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전주덕진경찰서 소속 A형사는 전주W고에 찾아가 촛불집회 신고를 낸 이 학교 3학년 B군(18)을 상대로 집회신고 배경 등을 조사했다.

 

A형사는 학생주임교사를 통해 B군을 학교 상담실로 불러낸 뒤 B학생이 전북지역 대표로 있는 인터넷 카페 모임 정책반대시민연대의 결성시기와 배경, 회원수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군이 당시 한국지리 수업을 받고 있던 중 불려나온 것으로 말해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B군은 "수업 끝 무렵인 11시 5분께 선생님께 불려나가 상담실에서 형사와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전북대 촛불집회를 주도한 게 너희 단체 아니냐'는 등 집회신고 배경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며 "학교에서 경찰에게 조사를 받는다는 점에서 위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쉬는 시간은 11시 10분부터이다.

 

B군은 처음에는 "형사를 만난 때가 수업시간은 아니었다"고 말했다가 이후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불려 나간 것이 외부에 알려지면 담임교사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해 그렇게 말했다"고 진술을 번복해 학교측에서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문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A형사는 "집회신고가 접수됐는데 처음 보는 단체이고 신고자가 고등학생이어서 확인과 함께 집회 협의를 위해 찾아갔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이날 오전 10시 40분에 학교에 도착해 학생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고 종소리가 들린 뒤 2~3분 뒤 학생을 만난 것으로 수업 중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덕진경찰서 관계자는 "집회신고 사안을 가지고 학교에 들어가 학생을 만난 것은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이번 경찰의 행동에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전북평화와 인권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경찰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방어하기 힘든 학생에게까지 이러한 인권침해를 자행한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라며 "공권력을 명분으로 한 경찰의 불법적 조사에 대한 학교 측의 대응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북여성단체연합도 "10대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의사표현과 주장의 권리를 마치 불법적 배후의 선동세력인 양 학교 교육 현장까지 찾아가 불범 심문한 것은 공권력의 남용과 오만의 발로"라며 "선량한 청소년에 대한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점에서 덕진경찰서는 이 문제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학교에 대해 이날 현황파악에 나선 도 교육청은 "일단 수업 시간에 학생을 억지로 끌고와 위압적 분위기에서 조사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지만 경찰관이 학교에 찾아와 조사함으로써 물의가 일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학교내에서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즉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임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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