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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익산 춘포면 화신 습지

식물 139종 곤충 42종 분포…물새들의 삶 터

불과 90년 전만 해도 만경강은 구불구불 뱀처럼 유유히 드넓은 평야를 흐르던 곡류하천이었다. 지난 1917년 대아 댐 축조와 옥구저수지로 이어진 대수로 건설은 만경강을 반듯하게 만들었다.

 

이제 예전 물길의 흔적은 오래된 측량지도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기어이 제 물길을 찾아 흐르는 곳이 있다. 익산시 춘포면 옛 봄 나루에 자리 잡은 화신 습지다.

 

만경강 주변에는 직강화 공사로 제방의 위치가 바뀌면서 만들어진 배후습지가 모두 8곳이 있다. 그 중 규모가 크고 수량이 풍부하며 길쭉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우각호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 확신 습지다.

 

일반적으로 물길이 돌려지면 과거 하천 부지는 육상화 돼 논밭이나 민가로 변한다. 이곳 역시 판문마을에서 춘포초등학교 앞을 지나 화신 마을을 끼고 활처럼 휘어 만경강으로 들어가는 옛 물길 1.5km 구간 중 춘포초등학교에서 화신마을 구간만 습지로 남아있다.

 

▲ 하천 복류수가 옛 물길로 흐르면서 만든 우각호

 

만경강의 배후습지는 하천 바닥 아래로 흐르는 물(하천 복류수)이 옛 물길로 이어지고, 주변 민가의 생활용수나 빗물이 모여 이뤄졌다.

 

용출되는 물의 양이 비교적 많고 주변 농경지에 물을 댈 필요가 있어서 습지가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하천 복류수가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이 물이 다시 만경강으로 흘러나가기 때문에 주변의 오염원에도 아직까지 살아 남아있다.

 

옛 물길의 시작점으로 추정되는 판문마을 앞 연못 역시 논으로 개간돼 경작되다가 진흙층이 깊고 수량이 풍부해 연을 심었다고 한다.

 

이곳엔 쇠물닭, 흰뺨검둥오리, 논병아리, 개개비, 왜가리, 백로와 많은 겨울 철새의 휴식처는 물론 노랑어리연꽃, 마름, 생이가래 등 수생식물도 다양하게 분포했다. 건강한 자연습지의 모습을 띄고 있어 한동안 이 곳을 화신 배후습지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 26일 다시 방문해보니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연못은 오간데 없었다. 여러 군데 매립이 되었고 연을 캐느라 준설토로 제방을 만들어서 황량한 모습이었다.

 

생명력이 왕성한 습지는 조금만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으면 금방 제 모습을 찾는 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인데 아쉬움이 너무 컸다.

 

▲ 개발과 오염으로 습지 유지 어려움

 

춘포 초등학교 앞 방죽에서부터 화신습지는 길 다란 수로를 형성하며 흐른다. 기운차게 올라와 무성한 줄, 부들, 갈대 군락은 늪을 연상시킨다. 가을, 겨울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만경강민관학협의회(상임대표 길봉섭)의 조사에 따르면 이곳에 자생하는 식물은 모두 139종. 연꽃군락, 줄군락, 개구리밥군락, 갈대군락, 애기부들군락, 털물참새피군락, 생이가래군락, 물옥잠군락, 큰골풀군락, 물꼬챙이군락, 마름군락 순으로 분포한다.

 

또 곤충은 멧팔랑나비, 남색초원하늘소, 왕잠자리, 밀잠자리, 게아재비, 소금쟁이 9목 42종으로 나비가 9종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고, 비교적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어 습지로서 보전가치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계속되는 매립과 물을 활용하기 위해 중간에 보를 막아 흐름을 차단하고 있고, 쓰레기 투기나 소각, 비료나 농약 등 비점오염원의 유입으로 습지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화신습지의 숨은 가치

 

그렇다면 배후 습지는 어떤 기능과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전북대학교 김창환 교수는 우선 주변의 마을, 농경지로부터 흘러나오는 각종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는 자정능력을 꼽았다.

 

또한 빗물이나 생활용수를 효과적으로 흡수해 지하수위를 보충 시키며, 만경강과 배후습지의 식생이 연결돼 주변의 수많은 물새들에게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습지는 다른 생태계보다 생물학적 생산성이 높아 거대한 먹이사슬이 형성되어 물과 육상의 두 영역에서 살아가는 양서ㆍ파충류에게 서식에 유리한 조건이어서 만경강 전체로 볼 때 중요한 생태적 공간이다.

 

▲ 화신 배후습지, 옛 물길 복원 확대해야

 

다행히 익산시는 화신습지를 자연생태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익산시 재난안전팀 양경수 팀장은 "장마철 홍수 피해 위험이 있어 정비할 계획인데 자연생태 습지로 복원하는 계획을 추가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올 하반기에 식생조사와 옛 물길의 선형, 토지이용현황을 파악하는 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능하면 화신습지 뿐만 아니라 판문마을 연못에서부터 춘포초등학교 구간을 매입해 옛 물길을 복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길 복원은 대운하 건설을 거짓으로 포장하는데 쓰일 말이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배후습지 우각호를 원래 강줄기에 이어주는데 쓰여야 한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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