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현장속으로] "20개월 키워서 남은 건 단돈 10만원"

[현장속으로]정읍 정우면 축산농가 정태운씨 긴 한숨만...

미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는 함성의 거리에 정작 축산농가의 목소리는 없다. 미 쇠고기 수입에 직접적 타격을 받는 곳이 한우 농가며, 한미 협상타결 후 가격 하락에 따른 피해가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농가의 힘든 상황은 국민적 관심 밖으로 밀렸다.

 

실제 전북도에 따르면 현재 큰 수소 가격이 지난해 이맘때의 79%, 큰 암소 88%, 수송아지 83%, 암송아지 가격이 73%대로 각각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사료값 폭등 등으로 축산농가의 사정은 말이 아니다. 농가들은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공감을 하면서도, 소비자 운동인 데다 재협상을 하더라도 큰 물줄기를 돌려놓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주름을 펴지 못하고 있다.

 

" 요즘 같으면 정말 살맛이 안납니다. 소값하락, 사료값 폭등 등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소사육을 포기하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이 없네요. 배운 것이 소사육 밖에 없으니 전업할 수도 없고…. 미국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유통되면 한우값이 더 떨어질텐데."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10년전부터 한우를 사육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정태운씨(46, 정읍시 정우면 장순리)는 20일전에 거세우 8마리를 출하했다.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불안 때문에 2∼3개월 더 사육해야할 소를 조기출하했다. 제대로 키워서 출하했을 경우 종전같으면 750만원을 받을수 있었지만 정씨는 소 한마리(680㎏) 당 62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이도 A+등급을 받아 가능했다.

 

한마리 출하가격에서 송아지값 250만원, 사료값 270만원, 톱밥과 전기세, 수도세 등 부대비용 30만원, 금융비용 30만원, 인건비 30만원 등 비용 610만원을 제외하니 그의 손에 남은 것은 단돈 10만원.

 

" 20개월 이상 키워서 10만원의 이익을 남긴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종전 같으면 소한마리당 120만원은 남았는데…"

 

정씨가 이처럼 이익을 남기지 못한 것은 전국적인 투매현상에 따른 소값 하락이지만, 폭등한 사료값 때문이기도 하다. 국제곡물값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여 축산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씨는 사육두수가 2백마리 이상돼 생활비라도 건지고 있지만 100마리 미만인 전업농가들은 생활비도 충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정읍시의 경우 현재 2500여 농가가 5만1207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나 이중 100마리 이상인 농가는 200여 농가에 불과해 이제 한우사육도 대형화하거나 다른 농사를 짓지 않으면 수익을 올릴수 없는 형편이다.

 

" 조사료기반이 풍부하고 7년전부터 종자개량을 해온 정읍시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송아지값을 30∼40만원 더 받고 우량등급판정을 받아 그래도 나은 편"이라는 정씨는 " 한우농가가 살아남는 방법은 최고등급의 한우를 생산해 높은 가격을 받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농가들은 정부가 앞장서서 쇠고기 원산지표시제를 강력하게 시행해 유통질서를 바로 잡고 전국 한우를 대상으로 광우병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승원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전북도, AI·바이오 융합 신성장 생태계 구축 시동

전주전북 시민단체, 대한방직 부지 개발 문제 제기

사회일반[제63주년 소방의 날] ‘3년 연속 도내 화재조사실적 1위’⋯남영일 익산소방서 화재 조사관

진안해발 650m 백운동계곡 숲, 이젠 병원이 됐다

산업·기업전북기업 일냈다···(주)크로스허브 CES2026 ‘최고혁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