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징표 '인간의 손도장' 色 다른 예술로 그려지다
손도장을 소재로 한 효봉 여태명의 '人+言' 개인전이 마련됐다. 17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서화가인 여씨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붓과 먹으로 민체를 써왔던 기존의 작품 세계에서 탈피했다. 한지를 캔버스 천으로 바꾸었고, 먹 대신 아크릴 물감을 이용했다. 대표작이었던 '天·地·人' 시리즈에서 벗어나 '人+言' 시리즈로 바꾸면서, 장르의 경계를 확장시켜 서화가 아닌 그림에 도전했다.
여씨는 "인간은 언어를 통해 소통하며, 상호 신뢰감의 회복을 갈망한다"며 "사람들의 관계에서 손도장은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된 관계의 정립, 약속의 징표이기 때문에 이것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지문을 수백 번도 넘게 찍어보고, 들여다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캔버스 천을 작업실 바닥에 놓고 화면 전체를 오방색 등 단색조의 아크릴 물감을 칠해 지문의 선들을 일일이 그렸다. 여기에 군상들의 뒷모습을 이곳 저곳에 배치했다.
주황색 손도장을 배경으로 무리진 사람들을 화면의 중앙에 배치한 작품 '人+言 080508'. 그는 작품 속 군상들이 모두 등만 보이게 그렸다. 대개의 작가들이 작품 속 인물들을 관람객과 정면으로 마주보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는 "그림 속 군상들이 희망·이상향 세계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돌아서 있는 모습을 그렸다"며 "작품 배경이나 지문을 오방색을 사용한 것도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가까운 배경에 인물, 창살, 전통탈, 점 등을 붓으로 그리거나 판화기법으로 찍어내면서 '부유법'을 첨가해 입체적인 공간감을 살린 점도 눈길을 끈다. 그림 속 손도장과 인물, 창살 등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표현돼 3차원적인 세계로 보이도록 했다.
'人+言 080502' '人+言 080412' 작품은 가까운 거리에 인물, 창살, 전통 탈, 한글획, 낙관 등을 넣어 원경과 지문 사이의 거리감을 확대하고, 이를 심화시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작가는 "인간들 사이에 맺어진 약속이 잘 지켜지는 사회로 환원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전시"라며 "이젠 장르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기법으로, 작품세계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