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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평채 발행 왜 연기됐나

극심한 신용경색으로 발행조건 악화

정부가 11일(현지시간) 국제금융시장에서 발행을 추진하던 1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발행을 연기한 것은 무엇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국제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신용경색 때문이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금융기관들의 도산이 잇따랐고 베어스턴스 사태와 패니메이.프레디맥 등 양대 모기지업체의 부실 심화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에서는 극심한 불안감이 확대돼왔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투자나 대출 등을 기피하고 자금을 안전 자산 위주로 운용하는 신용경색을 불러와 신용도에 다소라도 문제가 있는 금융기관들은 자금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지속됐다.

 

최근에는 미 정부가 주택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지목돼온 양대 모기지 업체에 사상 최대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하고 경영을 접수하는 등 사실상 국유화 조치를 단행했지만 주택 가격의 하락이나 압류 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현지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당초 미국 정부의 모기지업체 구제대책으로 인해시장의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고 불안감이 상존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모기지 관련 투자가 많았던 리먼브러더스의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리먼브러더스의 주가가 연일 40% 이상의 폭락세를 지속한 것은 물론 금융주들의전반적인 약세로 인해 뉴욕증시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등 `리먼발(發) 악재'가 시장 전체를 짓눌러왔다.

 

이번 협상을 이끌어왔던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미국 금융시장의신용경색이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면서 "미국 시장 상황은 한 마디로 `돈줄이 말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외평채 발행 연기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 굳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 발행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금수요가 절박하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감수하면서 굳이 외평채를 발행할 경우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국내 기업들에 좋지 않은 선례로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향후 상황의 호전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을 압박하던 이른바 `9월 위기설'도 누그러 들었고 10억달러의 자금이 급하게 필요한 것도 아닌 만큼 조건을 따져볼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자심리가 저하돼 있고 북한 문제도 영향이 없지는 않다"면서 "9월 위기설도 사라지는 등 우리가 급한 게 아니어서 너무 가격이 동떨어지면 발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협상단은 이날 뉴욕에서 투자자들과 예정됐던 시간을 2시간 이상 넘겨가며 밀고당기기를 지속해 가격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진통을 거듭했음을 시사했다.

 

외평채 발행 수요가 시급하진 않다 해도 발행을 연기한 것은 타격이 아닐 수 없다.

 

10억달러의 `실탄' 확보가 늦어진 것은 물론 발행 연기가 신인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로드쇼에 나설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과 함께 대기중인 기업들의 자금조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금융시장 관계자는 "상황을 감안하면 악조건을 감수하면서 발행한 것보다 연기한 것이 다행이고 원인이 한국의 문제가 아닌 미국 금융시장에 있으므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어쨌든 외평채 발행 자체가 차질을 빚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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