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등 추석 연휴에 발생한 미국발(發) 금융 불안이 국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전방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9월 위기설'이 지난 10일을 전후해 지나간데 이어숨 돌릴 틈도 없이 미국으로부터 메가톤급 불안 요인이 줄을 잇자 정부는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부터 잇따라 긴급회의를 갖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특히 쏠림 현상이 우려되는 외환시장에 대해서는 즉각 구두개입에 나섰다.
정부는 16일 오전 8시 팔레스호텔에서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어 국내 금융시장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정부와 한은은 이 자리에서 미국발 금융 불안이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이어져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김동수 차관은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전세계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 리먼 사태가 파산신청으로 일단락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 팽배한 불안전성을 빨리 제거해 신용경색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리먼브러더스 관련 자산은 7억2천만 달러로 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 국내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메릴린치와 관련된 부분도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채무를 승계하면서 피해가 최소화될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정부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불거진 AIG의 경우에도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자산이 충분한 만큼 국내 보험계약자 보호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봤다.
정부는 그러나 최근 신용 디폴트 스왑(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면서 공모채 발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지만 국내 은행들이 필요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있어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미국의 시장 안정 노력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이 안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단기적으로 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고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섰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재정부, 금융위, 한은 등으로 구성된 '합동실무대책반'을 구성하고 국제 및 국내 금융은 물론 실물경제 동향까지 점검하는 동시에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칠 경우 적기 대응을 위해 해외 감독당국과도 협조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새벽 긴급 회의를 열어 리먼 브러더스 뱅크하우스 서울지점과 리먼 브러더스 인터내셔널증권 서울지점에 대해 예금 취급과 채무변제 행위 등을금지하는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다.
또 한국투자공사(KIC)도 이날 오전 9시30분 긴급운영위원회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는 메릴린치 투자분과 관련해 앞으로 메릴린치, BOA 등과 협의해 투자수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등을 통해 은행권의 지준 상황을 탄력적으로 관리해 단기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불안심리가 환율의 급변동을 부추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 의사도 분명히 했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공식 구두개입을 통해 "미국 금융시장 사태에 대한 우리 외환시장의 반응은 지나친 측면이 있으며 과도한 반응은 급격한 조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최근 유가 하락 등으로 경상수지 개선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수 차관도 "앞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외화차입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차입 여건을 지속 점검하고 개별 금융회사의 외화 유동성을 수시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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