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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존폐 기로 고창 국화축제

주민·행정·주최측 입장 달라…경제활성화 '윈윈' 전략 필요

지난해 고창국화축제 기간중 엄마와 딸이 국화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desk@jjan.kr)

제4회 고창국화축제가 다음달 22일부터 11월 23일까지 한달간 열린다. '30만평, 300억 국화송이'라는 국내 최대 타이틀로 관광객을 끌어 모았던 이 축제는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모래성처럼 존폐위기에 놓여있다.

 

축제가 열리는 고창 석정온천지구가 골프장과 리타이어먼트 빌리지, 요양병원 등을 중심으로 한 골프타운으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골프타운 개발 전까지 국화축제는 여러 곳에서의 반대에 부딪혔고 민원을 야기했다. 시민단체는 친일파인 미당과 국화축제가 연결됐다는 점에서, 행정은 민간단체가 추진하는 축제를 지원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온천지구 투자자와 토지주들은 축제 개최가 골프타운 개발에 따른 이익 창출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불안심리에서 축제 주체인 고창국화축제전회와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축제 개최와 성과

 

고창 국화축제는 고 미당 서정주 시인으로부터 시작됐다. 그의 대표작 '국화옆에서'는 자연스레 국화와 연결됐고, 2004년 정원환 국화축제전회 위원장(51)이 미당 묘역 주변 6000천평에 국화꽃단지를 조성한데 이어 이듬해 묘역과 질마재 마을 주변 5만평으로 이를 확대, 제1회 축제를 개최했다. 2006년에는 질마재와 석정온천지구 두곳에서 축제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석정온천지구 30만평에 국화밭을 조성, 올해에 이르고 있다.

 

국화축제가 3년만에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올해 전북도가 공식 발표한 2007년 축제 관광객 숫자를 살펴보면 고창국화축제는 56만명으로 김제 지평선축제, 남원 춘향제, 무주 반딧불축제 등에 이어 일곱 번째에 자리했다. 이는 고창 모양성제(40만명)와 청보리밭 축제(52만명) 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고창에 유치한 셈이다.

 

◆ 시민단체 반대와 토지주의 불안

 

국화축제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태평양유족회다. 이들은 미당의 친일행정을 이유로 국화축제가 고창에서 열리면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축제 기간동안 유족회 사무실 앞에는 축제 반대 걸개그림을 걸어놓는가 하면 2006년에는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석정온천지구의 골프관련 산업 개발이 확정된 올해 토지주와 마을주민들이 축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국화축제전회는 이들에게 온천 개발이 본격화하면 언제든지 축제 장소를 옮기겠다는 확약을 한 뒤 온천지구에서 축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10년째 방치돼 있는 온천지구가 하루빨리 개발되는 원동력 마련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주민들과 토지주들의 기대를 충족하기엔 국화축제가 아직 역부족인 셈이다.

 

◆ 행정의 무지원·무관심

 

국화축제 태동부터 지금까지 고창군 행정에는 축제가 없다.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축제라고 보기엔 행정 지원이 전무한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행정의 입장은 간단하다. 민간축제는 민간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 또 시민단체 등 주민들이 반대하는 축제를 행정에서 직접 챙길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국화축제가 온천지구의 도로를 무단 점용하는 등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원환 위원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올해 서울시니어스타워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고창군의 입장은 단호하다. 국화축제가 온천개발의 걸림돌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 군관계자는 "이달 안으로 사업설명회를 가진 뒤 본격적인 토지매입에 나설 것"이라며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라도 제전회는 온천 지구에서의 축제 개최를 중단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밝혔다.

 

◆ 해결책은 없나

 

제전회가 석정온천지구로 입성하면서 주민과 토지주들에게 한 약속을 감안하면 올해를 끝으로 자리를 비워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창국화축제가 지닌 성장가능성을 감안하면 석정온천지구를 둘러싼 다자역학 구도가 모두 성공할 수있는 '윈윈 전략'도 가능하다.

 

올해 청보리밭 축제 관광객은 55만명으로 지난해 국화축제와 비슷하다. 청보리밭 축제는 200억원 상당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국화축제는 이를 능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서울시니어스타워의 의료 및 요양시설 노하우와 온천, 국화를 결합시킨 마케팅을 발굴하는 것이다. 또 국화축제는 2회 때의 형태인 '질마재와 온천지구' 이원화를 통해 관광객들이 고창의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2000억 원대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지닌 나비엑스포를 추진한 이석형 함평군수가 말한 "고창국화축제는 함평나비축제의 3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석정온천지구에 얽힌 여러 관계자들은 곱씹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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