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까지 전주 서신갤러리
29일까지 전주 서신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설의 개인전'. 그림도, 이름도 낯설다 싶더니 중국인이다. 한국에 온 지는 1년 반째. 그의 이력은 더 특이했다.
1965년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나 중국 사범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 동부전력대학교 예술학원 부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전북대 미술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 신분.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는 입장이 되다보니 불편한 게 많겠다는 질문에, 그는 서툰 한국말로 "괜찮다. 즐겁다"고 대답했다.
"동양화의 경우 한국과 중국이 비슷하지만, 서양화는 차이가 큽니다. 한국 서양화가 미국이나 파리 등 서양의 경향과 비슷하다면, 중국의 서양화는 러시아와 비슷하죠. 중국 화가들은 기술이 좋고, 한국 화가들은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아요."
그는 "중국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화가들도 개성보다는 비슷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석사학위 청구전. 중국에서는 주로 풍경과 소수민족을 소재로 삼았었지만, 한국에 와서는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친구가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나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시간도 많아졌죠."
그는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드 다빈치 등 많은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려왔다"며 "대개 자화상에서 환경은 배재되지만, 내 자화상에서는 환경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현대 도시인들의 정신 상태는 비슷할 것 같아요. 그림 속에는 제가 등장하지만, 현대인들의 모습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세속적인 현실생활을 소재로 사람들에게 생활의 진실과 복잡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오토바이 거울이나 도로반사경에 비친 자신의 형상과 주변의 환경. 전북대 학생회관 앞이나 예술대 앞 등 구체적인 장소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컴퓨터 화면보호기 안에서 총을 겨누고 있거나 땅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은 현대인들의 공통적인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공중을 유영하고 있는 인형은 작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것. 전시 전체 주제인 '비상하는 나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그는 "각도의 변화와 과장된 모습으로 독특한 화면을 완성했으며, 일부러 익살스러운 동작과 표정을 지어 희극적인 면을 더했다"고 말했다. 초현실주의와 표현주의가 섞이면서 만들어낸 오묘한 분위기는 냉담하게 현실을 방관하는 현대인들을 향한 조롱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동양화에 있어서 만큼은 중국이 낫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에는 한국 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 미술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중국에 한국 미술을 좀더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중국에 가족들을 두고 왔지만, 한국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싶다며 3∼4년은 더 전주에서 머무를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예술가들은 사고의 폭을 다양하게 하며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에서의 공부가 예술가로서 자신의 생각을 좀더 자유롭게 해 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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