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작가 초대전 이건용 군산대 명예교수
"작품이 팔리는 것은 아니지만 나야 언제나 예술을 통한 소통이면 그만인, 철 없는 늙은이로 괜찮습니다."
감상적이고 감각적으로만 흐르던 한국 현대미술을 주지적이고 논리적으로 전개해 온 이건용 군산대 명예교수(66). 안료로 캔버스와 대결하지 않고 평생을 자신의 몸을 대지나 바닥에 눕히고 세우며 혼신으로 작업해 온 그는 스스로를 '만년 청년'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이인성미술상'을 수상, 16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2007 제8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작가 초대전'을 열고 있는 그는 이번 전시는 특히 관람객들과의 만남이 즐겁다고 했다.
"한국 모더니즘 역사가 그렇게 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1970년대를 주도적으로 활동한 작가로서 '한국 개념주의적 미술의 창시자'라는 평가를 해줍니다. 그런 면에서 개념주의적 태도를 일관성있게 유지해 온 것에 대해 흡족하게 생각합니다. 젊은 평론가들이나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보고 '아, 이런 게 있었습니까'하고 놀라곤 하는데, 그럴 때면 우리가 너무 세계적인 흐름이나 시류에만 매몰돼 지나간 선배들의 작품은 정독하지 못한 게 아닌가 반성이 됩니다."
100평짜리 공간 4개가 주어진 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작업들을 정리하는 회고전이나 다름없다. 10년 전 IMF 당시 회사의 부도 징조를 글로 제시한 언어 작품 '구조조정'은 오늘날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덕분에 도록에 사인하느라 하루가 짧다.
1973년 파리시립미술관이 국립공원수를 기증해 파리국제비엔날레에서 실현, 프레스상 수상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에 시선을 집중시킨 '신체항'도 재현했다. 대구광역시로부터 기증받은 소나무를 활용한 이번 작품은 산업화 속에서 생명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쪼그리고 앉아 움직이며 진행방향으로 좌우로 선을 그으면서 속도 위주의 문화를 비판한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는 개막식에서 선보이고 그 흔적들을 전시장에 그대로 남겨두었다.
"어떻게 보면 철없는 사람으로 살아왔는데, 상업적인 것에 말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예술은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작품도 사고 팔지만,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게 아니라 당시 시대정신을 사고 파는 것이죠."
지난해 8월 명예교수가 된 이교수. 올해만 해도 아직 세번의 개인전을 남겨두고 있다. 그는 "내가 정년퇴임하고 서울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들 하지만, 군산 근교 작업실에서 계속 작품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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