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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고창 해리 미여도 공군사격장 이웃주민 피해

밤낮없이 전투기·폭격 굉음..."대의 있지만 살기 힘들다" 반발에 정부 무신경

지난해 6월 13일 고창군청 앞에서 미여도피해대책위원회가 주민들의 사격장 폐쇄와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desk@jjan.kr)

22일 고창군 해리면 동호해수욕장. 지난 밤부터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인 해수욕장은 새하얀 세상을 조심스레 내보이듯 고요하기 그지없다. 동호해수욕장에서 이런 고즈넉함을 즐기는 날은 연중 며칠 되지 않는다. 해수욕장에서 4km 떨어진 미여도 때문이다. 눈이나 비 등 악천후 날씨만 아니면 전투기 엔진음이 해수욕장의 하늘은 물론 인근 마을 곳곳에 스며든다.

 

미여도는 1978년부터 공군이 사격장으로 쓰고 있는 무인도. 이 때문에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뽑힌 동호해수욕장과 해리면을 비롯한 심원, 상하면 일대 주민들은 미여도 사격장 소음 등으로 갖가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 TV시청 불가·조업활동 타격

 

미여도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공군 전투기들의 폭격훈련이 이뤄진다. 훈련 중 마을에 들리는 소음은 평균 83㏈. 지하철을 탔을 때 들리는 소음(약 80㏈)을 넘어선 것으로 일상적인 대화뿐 아니라 TV 시청도 여의치 않다. 이는 지난 2006년 국방부가 측정한 평균 75㏈을 상회하는 수치다.

 

더욱이 미여도 주변 8km 이내가 모두 접근 금지구역이다. 이 섬은 어민들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어서 접근 금지구역 지정은 어민들의 생계를 곤란케 하는 요소다.

 

"목숨 걸고 배를 타고 있는 셈이죠. 고기를 안잡으면 굶어죽고, 잡으러 나가자니 폭탄에 맞아 죽을 것 같고…."

 

한때 소음을 견디지 못하고 한동안 타지에 나가 살다온 경험이 있다는 김형균 위원장은 선장과 선원, 그리고 가족까지 합한 수천명의 생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미여도 사격장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여도는 소음피해 없다?

 

국방부와 공군이 미여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주민들과 전혀 다르다. 미여도의 소음 수준이 70㏈이하라는 서울대 연구결과를 토대로 주민들의 보상요구에 상응하지 않고 있는 것. 특히 군은 현행법상 군용기 소음으로 인한 주민피해를 보상할 근거가 없는데다 앞으로 제정될 소음특별법에 따라 피해보상 절차를 밟겠다는 원칙만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당시 서울대 연구결과는 치명적인 오류를 안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지적이다. 충남 보령의 웅천사격장 소음을 측정한 뒤, 이 자료를 토대로 한 소음측정 시뮬레이션을 미여도 사격장에 적용했다는 것.

 

김 위원장은 "비행고도가 웅천은 2만5000피트 이상이지만 미여도는 1만5000피트에 불과한데다 기상이 좋지 않은 날이면 비행고도는 더 떨어지기 일쑤"라며 "더욱이 사격을 위한 선회비행을 바다쪽이 아닌 마을 주변으로 하는데 어떻게 타지역의 사례를 미여도에 적용할 수 있는지 알수 없다"고 비난했다.

 

▲ 군 사격장 소음기준 마련 시급

 

미여도 사격장 인근 주민들이 사격장 반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얄팍한 보상심리가 아닌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기본권 확보차원에서 비롯됐다. 안보라는 대의를 위해 30년간 희생해온 소수 주민들이 개인행복 추구권을 들고 나선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권리를 보장할 법적 장치는 전무한 상태다. 지난 17대와 18대 국회에서도 군용비행장 소음피해 방지 및 보상의 내용을 담은 법률안이 모두 8차례에 걸쳐 입법 추진됐지만 자동 폐기되거나 국방위원회에 회부중이다.

 

지난 17일 열린 미여도 특별법안(군소음 특별법) 주민설명회는 군 사격장 소음기준과 보상기준을 마련하는 의미가 남달랐다. 군용비행장 소음기준을 사격장에 일방 적용하는 현재 보상기준이 아닌 새로운 잣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전문가의 진단이 나온 것. 정연경 녹색연합환경소송센터 사무국장은 "소음과 진동, 유탄 피해 등 사격장 특성을 반영한 특별법이 제정돼야 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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