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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문화를 말하다] ⑤국악

인접장르 결합 시도 대중화 이끌어

2008 전북국악을 결산하는 집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선범(desk@jjan.kr)

올해 대중성을 대폭 강화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다시 정체성 논란에 휘말렸고,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통합까지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크고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전북도립국악원 역시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 문제가 심각하다.

 

왼쪽부터 신용문(전주시립국악단 상임지휘) 양승수(소리축제 공연부장) 양진성(임실필봉농악보존회장) 황의성(남원시립국악단 기획실장) (desk@jjan.kr)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유난히 시끄러운 국악계. 올 한 해 전북 국악을 돌아보는 자리에는 전주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인 신용문 우석대 국악과 교수, 임실필봉농악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양진성 (사)전통문화마을 이사장, 황의성 남원시립국악단 기획실장, 양승수 전주세계소리축제 공연부장이 참여했다.

 

▲ 올 한 해 국악계는 어땠나.

 

-황의성=2∼3년 전부터 국악계가 과도기인 것 같다. 지역 정체성을 담아내면서도 예술성을 강조하고 어떻게 하면 일반인의 호흡까지 끌어낼 수 있느냐를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신용문=전반적으로 칸타타나 극음악 등이 돋보였던 것 같다. 전주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로서는 태조 어진 환안제에서 종묘제례악을 연주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 전주를 소재로 한 창작곡을 공모하고, 인접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해 대중화에도 힘썼다.

 

-양승수=많은 국악 관련 단체들이 있어왔지만, 올해는 유독 단체마다 차별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제작진이 중복되는 경향이 강했다.

 

▲ 도립국악원은 사무국, 교수부, 예술단, 노조 등 각자의 입장이 다 다르고 갈등 또한 심한 것 같다.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양승수=경제가 어렵다 보니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게 문화가 아닌가 싶다. 단순히 해체나 통합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멀리 봤을 때 전라북도가 다른 도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접근방식도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양진성=관립단체라면 주민들에게 사랑받을 때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각자 개인 예술활동을 하면 된다. 해체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면 여기까지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

 

-황의성=하나의 예술인이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어간다. 또 자격증 하나 따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직업과 달리 일생을 끊임없이 투자해야 한다. 국악인들이 하는 일에 비해 돈을 많이 받거나 편하다는 식의 인식은 곤란하다. 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양승수=경제논리를 잘못 가져다 대는 것 같다. 물론, 경제논리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직접적 수익이 아니라 정서적이고 우회적인 간접 자산을 생각해야 한다.

 

-황의성=우리나라 관립단체의 역사는 짧다. 순환은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위적인 순환은 위험하다고 본다.

 

▲ 한 해 전북에서만 100여명의 국악과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양진성=졸업하는 동시에 백수가 된다. 국악 전공자들의 개인적인 문제로만 돌려서는 안된다. 국악강사풀제(국악 전공자들을 선정해 일선학교 국악수업에 파견하는 제도)가 있지만,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없을 뿐더러 국악강사가 직업이 될 수는 없다.

 

-신용문=지금까지의 국악교육이 생산자를 양성하는 데 머물렀다면 이제는 향유자도 길러내야 한다.

 

-황의성=국악강사풀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국악교육이 제도화되지 못해 우리가 소비자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에 소속돼 여러 학교의 국악교육을 담당하는 순회강사제도를 시도하면 어떨까.

 

-양진성=공연을 하던 연희자가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 대학 커리큘럼에도 국악 교육자를 길러내는 과정이 개설돼야 한다.

 

-양승수=기획자 부재가 가져오는 손실도 크다. 우리 지역은 실력있는 연희자들은 많지만, 이들을 묶어내고 포장해 내는 기획자가 없다. 국악 전문 기획자를 길러내는 데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 2년 전 제기됐던 소리축제와 소리전당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황의성=민간위탁하고 있는 소리전당과 관에서 공무원이 파견된 소리축제와의 결합은 이질적인 조직을 합쳐놓는 것과 같다. 극장 운영과 축제를 치르는 것은 하는 일이 다르다. 특히 민간위탁은 기간이 만료되면 누가 수탁하게 될 지 모르는데, 그 때마다 소리축제 정체성이 달라지거나 흔들릴 것이다.

 

-신용문=소리축제와 소리전당 뿐만 아니라 도립국악원까지 3개 기관을 합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세 기관의 성격은 전부 다르다. 물과 기름을 섞기 보다는 세 기관이 각자 잘 커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소리축제는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외국 축제는 보통 3년을 준비하는데, 우리는 6개월 준비해서 축제를 치르는 것 같다.

 

-양승수=맞다.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데 성공을 원하는 게 이상하다. 무엇보다 조직 내 정책이나 비전을 만들어낼 기구가 필요하다. 그것을 실행해 가는 프로페셔널한 실무조직도 필요하다. 또하나의 문제는 개선점들을 파악한다고 해도 그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주체가 늘 바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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