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로켓 점화대에 불을 긋는 의미"
비디오아트의 대가인 고(故) 백남준(1932-2006)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18m 높이의 탑 모양으로 설치해놓은 '다다익선'이 그가 아꼈던 후배 예술가 강익중(49)의 작품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다익선'이 설치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실의 원형공간에서 5일 개막한 '멀티플 다이얼로그∞'전의 화두는 대화다.
1994년 미국 휘트니 미술관에서 같은 제목으로 열렸던 백남준과 강익중의 2인전이 장소를 한국으로 옮겨 더 큰 규모의 작품으로 열리는 것이다.
당시 백남준은 미술관의 제의로 강익중과 2인전을 열면서 "강익중이 더 좋은 공간을 갖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며 포용력을 보였고 그 이후 후배 강익중을 볼 때마다 "언제 한번 한국에서도 함께 전시를 하자"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이제는 중진 작가로 자리 잡은 강익중이 백남준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1980년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특유의 3인치 크기 정사각형 나무판 그림을 중심으로 자신의 작품 6만여점을 '다다익선'을 나선형으로 휘감은 계단 벽면에 설치하는 작업을 마쳤다.
10월3일 개천절을 상징해 TV화면 1천3개를 쌓아놓은 '다다익선'의 번쩍번쩍하는 빛에 강익중의 작품들은 어쩌면 주인공을 위한 무대 배경인듯, 혹은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듯 그 빛을 다시 반사한다.
백남준이 관객에게 자신의 작품을 명령하고 가르치듯이 제시하기 보다 관객의 참여와 소통을 지향했던 것처럼 이들 작품 사이를 걷는 관객도 두 작가의 대화에 끼어들 수 있을 것이다.
강익중의 설치물은 가난한 유학생으로 전철을 타고 다니며 매일매일 그림일기를 쓰듯 작품을 만들기 위해 주머니에 넣고 다닐수 있도록 그가 고안한 3인치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관객의 얼굴을 찍어 보여주는 디지털 화면, 새소리를 들려주는 스피커 등 그의 작업세계 전반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을 약 200m 벽면을 따라 만날 수 있다.
3인치 작품도 백남준의 예술론에 비유되는 '비빔밥' 모형을 그린 그림에서 강익중 특유의 달항아리, 글자 등 다양한 이미지를 담아 '삼라만상'이라는 설치물의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강익중은 "백 선생님이 이런 전시를 염두에 두고 한국에서 전시를 함께 하자고 한 것 같다"며 "백남준의 산을 오르는 듯 배우는 마음으로 설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다다익선이 로켓 같다면 제 설치물은 점화대에 불을 긋는 의미가 됐으면 한다"면서 "다다익선은 백 선생님이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작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강익중은 자신의 기억에 남은 백남준에 대해 "먼 미래인 30세기를 얘기했던 분이고 낮에도 별을 볼 수 있는 분으로 생각했다"고 밝히고, '예술은 사기'라는 백남준의 말과 관련해서는 "평소 중의법적인 말을 잘 사용했던 분으로 남을 속이는 사기라는 뜻과 함께 한동안 매일 읽었던 사마천의 사기(史記)라는 의미를 함께 전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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