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공부방 선생님, 밤에는 택시운전사…사랑·희망 싣고 달리는 '억척아가씨'
"저를 인터뷰 하신다고요? 공부방 운영하는 사람들 다 저처럼 투 잡 해요. 특별할 게 없어요."
그녀의 본업은 공부방, 부업은 택시운전이다. 오전 8시부터 택시를 몰고 무주 설천면 일대를 누빈다.
부지런히 손님을 태우다 다시 공부방 선생님으로 돌아와야 하는 시간은 오전 10시.
오후 7시까지 솔로몬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살림을 꾸리는 송희진씨(35)다.
한일장신대 사회복지과를 졸업한 뒤 열심히 교회 문턱을 밟았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여행사에서 업무를 도운 적도 있었지만, 늘 마음 한 구석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5년 전 교회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자신에게 웃음을 선물하던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공부방을 마련해주자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부모님은 펄쩍 뛰셨죠. 나이는 먹지, 눈에 차지 않는 일만 하고 있다가 뜬금없이 공부방을 한다고 하니까요. 설득하는 게 참 힘들었어요.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잖아요? 결국 아버지가 지금의 이 공간을 허락해주셨습니다."
대개 이곳 일대는 조부모 밑에서 크는 아이들이 많은 데다, 먹고 살기 빠듯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한다. TV를 보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일이 대부분. 그래서 그는 아이들이 사랑받고, 관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말과 행동이 거칠었던 아이들이 여기 와서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사랑의 힘이구나'라고 깨닫게 될 때, 힘이 나죠.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있는데, 부모 교육열이 대단해 직접 찾아와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19명으로 시작했던 공부방이 아이들의 징검다리가 돼 하나 둘씩 늘어나 현재는 38명이 됐다. 하지만 이 많은 아이들을 혼자서 감당하기는 힘든 일.
사회복지사인 김점숙씨(40)와 서문숙씨(29),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부방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그의 택시를 탔던 조영익 서울학원 대표가 어려운 사정을 듣고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 돼 주었다. 이렇듯 자원봉사자로 나서주는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
안전 귀가를 위해 택시로 아이들을 나른 덕분에 '결석없는 공부방'도 꾸릴 수 있었다. 인원초과로 6~7명 아이들을 태우느라 택시의 잔 고장이 문제라면 문제. 봉고차를 구입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여유가 되지 않아 이곳 저곳 후원사이트를 두드리고 있다.
"공부방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인데, 잘 모르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곤 합니다. 아이들과 더불어 사랑을 주고 받는 기쁨에만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거창하진 않아도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싶다는 그는 사흘이 멀다 하고 새로운 공부방 아이들의 얼굴을 찾으러 면사무소를 나선다. 결혼 의사를 물으니 사람만 나타나면 시집 가서 아주 잘 살 거라고 호언장담한다. '봉사 바이러스'에 폭 빠진 그의 목소리엔 신바람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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