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학원 강사들 '버자이너 모놀로그' 준비..18일부터 이틀간 전주서 첫 공연
"제가 언제 '그 말'을 할지 제 입만 바라보고 계시네요."
입에서 간신히 '그 말'이 떨어지자, '그 곳'은 입을 연다.
전 세계 외국어로, 때로는 별명처럼 불리는 '성기의 독백'이 쏟아져 나온다.
5일 오후 9시 30분 서신동의 한 카페에서 '비밀의 문'을 열기 위한 눈 파란 여성들이 모였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Vagina Monologues)'는 사랑과 생명이 피어나는 성(聖)스러운 곳이 아니라 숱한 오해와 편견에 둘러싸여 성(性)스러운 곳이 돼 버린 버자이너에 관한 이야기. 전주에서 학원 영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성폭력 추방의 뜻을 담아 준비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이자 극작가인 이브 엔슬러가 200여명의 여성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으로 꾸민 작품. 남성 중심의 역사 속에서, 참혹한 전쟁 속에서, 침묵당해야 했던 위안부 여성의 인권문제까지 담겼다. 하지만 전달방식은 무겁지 않다.
외웠던 대사를 잃어버려 눈짓을 서로 주고받으며 옆 사람을 툭툭 치며 웃다가도 눈시울을 적시는 분위기의 반전. 아마추어 배우들이라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없지만,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는 '버자이너'는 여성 그 자체로 활짝 피어난다.
"성폭력 문제로 고통받았던 여성들이 그것이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라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세계 여성들을 하나로 묶어낸 이 작품이 전주에서도 처음 올려지게 되는 데다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작은 불씨를 지필 수 있어서 기쁘다"
연출과 기획을 맡은 제시카의 필두로 매건, 르하나, 아만다, 이자벨, 안젤라, 돈, 조니, 클로이와 뒤늦게 합류한 한국인 성스레씨까지 바쁜 시간을 쪼개 연습이 한창 진행 중. 국적도 피부색도 각기 다르지만, 여성들의 해방을 위한 열정은 관객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킬 완벽한 준비가 돼 있다.
공연은 18일 오후 8시 서신동 구 송강호철판구이(JR's Salon), 19일 오후 2시30분·7시 전북대 앞 투비원 클럽에서 올려질 계획. 모여진 수익금은 전북여성단체연합 후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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