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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밥' 두르고 10년만에 개인전 여는 서양화가 이문수씨

색다른 동양적 느낌 신선…인간의 신뢰·공동체적 회복 다뤄

높이가 4m50㎝에 이르는 걸프전 그림 1점으로 개인전을 했던 작가. 4톤 분량의 그림을 불 태우고 화류계를 떠났던 작가. 그가 다시 돌아왔다.

 

서양화가 이문수씨(43)가 12일까지 교동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10년만의 전시. 화두는 '밥'이다.

 

"이 사회의 모든 현상들이 결국은 밥그릇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판이든, 긍정이든, 사회 기류 안에서 미술은 미술대로 메시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89년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를 했지만 곧 그만 두고 그림만 그렸다. '전북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등 촉망받는 작가였지만, 보수적인 화단에서 사회적인 이슈들을 신표현주의 어법으로 쏟아내던 그의 그림은 거침이 없었다. 작업에 대한 의지와 작업양만큼은 편집광적이었던 작가. 그러나 집중했던 만큼 회의감도 깊었고, 1998년 그는 갑자기 그림을 접었다.

 

"중 1때부터 한번도 그림 이외 다른 것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스스로 붓이 마른 거죠. 그런데 마흔을 넘기고나니 생각이 바뀌더군요. 어차피 밥 먹고 사는 것,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자."

 

지난 10년은 미술전문서적 보다 인문사회과학서적을 더 많이 봤다. 독특하고 참신했지만 거칠고 난해했던 그림은 시간 만큼이나 성숙하고 숙성되어졌다.

 

원통형과 철사, 밥과 밥그릇, 바코드, 나귀 등 상징적 형태들은 화면 안에 임의적으로 배치됐지만, 그 안에서 다양하게 서로 연결되고 있다. 대표적인 상징인 밥과 나귀는 노동을 의인화한 것. 원초적인 노동을 보여주면서도 결국 그가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인간 사이의 신뢰와 공동체적 회복 같은 것들이다.

 

캔버스와 한지, 아크릴 보조제, 아크릴 등이 만들어내는 마티에르 효과도 옛 것과 현대가 만난 듯한 느낌을 연출해 낸다. 그는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동양 미감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전체적으로 관조와 응시의 시선이 주는 느낌은 동양적이다.

 

미술평론가 김선태 예원예술대 교수는 "구상과 추상이 적절히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삶에서 고립된 형식미를 넘어서 예술과 사회, 삶과 예술의 유기적 관계에 근거한 자연스러운 일부분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며 "블록버스터 급의 작가가 그리운 이 때에, 그의 작품을 우리 화단에서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은 가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설사 '블록버스터 급'이 아닐지라도, "하루 10시간 이상 그리려고 노력한다"는 작가가 다시 돌아온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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