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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클나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

꽉 찼다. 18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은 빈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서곡으로 시작된 조심조심한 발자국 소리 같은 연주에서 엄마 따라 강제현장학습을 나온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숫자나 세다가 지휘자 금난새의 친절한 해설에 이내 음악에 녹아들었다.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전강호의 긴장 어린 지고이네르바이젠이 끝나고 100년에 한 번 나올만한 오페라가수라는 평을 듣는 김남두가 걸어나오자 환호가 쏟아졌다. 전주대가 낳은 세계적인 테너가수, 그의 18번 이수인 곡의 '내 마음의 강물'은 황금빛 트럼펫 소리처럼 천상으로 올라갔다. 1부 끝 곡 주페의 '경기병 서곡'이 나오자 관객들에게서 "나 저건 알어"하는 표정 같은 것이 스치고, 새롭게 직장을 찾은 젊은 연주자들의 손길에 힘이 넘친다.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카토는 경쾌했다.

 

인터미션 시간에 잠시 만난 '클나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산파 은희천 전주대 교수는 상기되어 있었다. 사실 전북에는 5개 4년제 대학의 서양음악전공자들이 졸업한 뒤 그들이 일할 자리가 없다. 이런 마당에 정기급여가 지급되는 오케스트라의 창설을 실천한 은교수의 헌신적인 노력에 대한 칭찬에 그는 "작은 돈이 뭉쳐 기회를 만든다"며 주부와 환경미화원에서부터 전문직 교수까지 참여해 준 후원회원과 정기회원에게 공을 돌렸다. 맞다. 음악과 아이는 정성과 열정만이 아니라 돈으로 키워간다. 정말로 소수의 패트런 보다는 후원회원을 활용한 도네이션 형태는 본 받을 만한 시도다.

 

 

2부 시작 곡에서 단원들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질투에 불타 심장이 뛰는 소리를 때론 작고 간절하게 연주했다. 프렐류드에서 투우사의 거드럭거리는 테마와 칼멘의 대화에서 청중들의 합창 하모니에 단원들은 연주용 활로 박수를 쳤다. 붉은 치마를 입은 칼멘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정화의 담배공장 아가씨가 만드는 하바넬라의 관능적 느낌에 앵콜 박수소리가 오래도록 울렸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의 음악회가 후딱 지나간 것은 역시 '금마에'의 지휘 솜씨였을 것이다. 수동적 청중을 합창단으로 만드는 재주에 시민들은 경제적 어려움도 잠시 잊는 듯. 마치 리와인드해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진행된 친절한 난새씨의 지휘는 서비스 정신에 충실해 관객의 취향을 고려한 매혹을 만들어냈다. 전주 한식당에서 싱건지를 네 번이나 더 불러 먹었다는 금난새의 어눌하지만 품위 있는 조크와 유머 그리고 단원 하나하나를 챙겨주는 세련된 매너의 의전과 동선에서 충분한 리허설이 읽혔다.

 

말을 걸어주는 음악회였다. 우리 사회 속에 오래 지속된 음악회의 거룩한 관습을 깨려는 신선한 시도의 맛있는 음악회에 전주 시민들은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클래식과 뮤직을 합한 '클나무'라는 이름도 잘 지었는데, 첫 발자욱은 더 잘 찍었다. 장도가 기대된다.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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