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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2009 전북연극제 최우수작품상 '경숙이 경숙아버지'

인간의 외로움 담은 가족이야기…갑작스런 예수 등장은 '옥의 티'

"나는 솔로, 너희는 듀엣"이라며 처자식을 버리고 꿈을 찾아 떠난 아버지.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딸이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일기장을 읽어보라고 한다. 하지만 딸의 일기장에는 아버지가 떠나던 날, 그날의 기억들이 아프게 적혀있다.

 

불쑥 딸의 대학 졸업식에 나타난 아버지의 손에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딸을 위한 구두 한켤레가 들려있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높고 뾰족한 구두 굽만큼이나 아슬아슬하다. 딸이 출산을 하던 날에도 아버지는 없다. 그러나 핏덩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딸은 나즈막하게 "아버지"를 부른다.

 

'경숙이'와 '경숙아버지'. 생생한 기억들은 때로는 잊혀진 기억보다도 더 사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경숙아버지' 역시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 그의 아버지 역시 새 마누라를 이기지 못해 아들에게 신발 한켤레 들려주며 떠나보냈고, 그에게서 아버지 역할을 빼앗아간 '꺽꺽아제' 역시 아비 노릇을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삼촌 자리로 물러난다.

 

그럼에도 '가족'이란 끈으로 묶여있는 그들. '가족'이란 무엇인가.

 

5월 2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계속되는 '경숙이 경숙아버지'(박근형 작, 고조영 연출)는 지난 5일 폐막한 '제25회 전북연극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이자 문화영토 판이 해마다 이어오고 있는 '가족시리즈' 다섯번째 작품이다.

 

어딘지 모르게 나의 아버지를 닮은 '경숙아버지'가 싫지만, 새어머니에게 시련 당해 가슴 아파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역시 가슴 깊이 외로움을 숨기고 있는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등장인물 하나 하나가 따뜻하게 다독여 주고 싶은 인물들이다.

 

무대 위에서 많은 경륜을 쌓아온 배우들과 아직은 젊은 배우들의 연기 편차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느낌. 무대장치의 전환과 이용도 흥미롭다. 그러나 이미 무대화됐던 작품을 차별화시키려는 고민이 부족했으며, 배우들의 입에 설었던 경상도 사투리는 관객들의 귀에도 불편하게 와닿았다. 또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아버지와 딸의 갈등관계를 적당한 웃음과 눈물로 버무려놓았지만, 갑작스런 예수의 등장은 아무리 좋은 해석을 가져다 붙여도 생뚱맞지 않은가.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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