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성(姓)과 본(本)을 바꿀 때 부모나 다른 가족보다 본인의 사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법원의 결정이 잇따라 나왔다.
통상 법원은 자녀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어린 나이거나 이혼한 전 남편이 반대할 경우 여성이 데리고 키우는 어린이들의 성ㆍ본 변경 허가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바뀐 가족문화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안영길 수석부장판사)는 이혼한 A(30.여)씨가 두살짜리 아들 B군의 성과 본을 자신의 것으로 바꿔달라고 한 심판청구 사건 항고심에서 1심을 깨고 성ㆍ본 변경을 허가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아들의 연령이 2세에 불과해 성ㆍ본 변경에 따른 법적 안정성에 위협이 없고 이미 실생활에서 A씨의 성을 사용하고 있으며 친아버지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B군이 의사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2세에 불과하고 A씨가 재혼해 새로운 가족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이럴 경우 B군이 또다시 성과 본이 바뀔 필요성이 생길 수도 있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이혼 후 다른 남성과 결혼해 재혼남과의 사이에 아이를 임신한 C(34.여)씨가 여덟 살짜리 딸이 친아버지 대신 새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게 해 달라고 한 심판청구 사건 항고심에서도 1심을 깨고 신청인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C씨가 재혼 뒤 안정된 결혼생활을 하고 있고 조만간 새 자녀가 태어날 상황인데 딸이 친부의 성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딸의 복리가 저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C씨가 새 남편과 결혼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법률상 친권자인 아버지가 성ㆍ본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법적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문제가 되지 않거나 자녀의 복리가 생물학적 아버지의 혈통 상징성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성ㆍ본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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