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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재미있는 고문서

고문서 한 장에는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의 실마리가 들어있다. 때문에 한 장의 고문서가 지니고 있는 가치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소장품 중 고문서와 고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는 전주역사박물관에는 총 800여 점의 지역과 관련된 고문서들이 보관돼 있는데, 한 장씩 찬찬히 뜯어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 수가 있다. 지금부터 몇 장의 고문서를 함께 탐구해 보자.

 

 

◆ 조선시대 무과 급제 합격증서 '홍패'

 

학생들에게 최대의 관심은 공부. 그리고 성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사람들의 성적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고문서 1'은 1859년(철종 10) 3월에 조관영이 무과에 급제하고 받은 합격증서인 홍패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사람의 성적이 어떠했는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과거에서 대과인 문·무과는 모두 33명을 뽑았는데 이를 통상 갑과(1~3등), 을과(4~6등), 병과(11~33등)로 구분하여 등급을 매겼다. 따라서 이 홍패의 주인인 조관영의 성적은 병과 18등이므로 전체 33명 중 28등이 됨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이 문서를 홍패라 부르는 것은 색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요즘 유명인이나 일반인이나 할 것 없이 '사인(Sign)'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사인이 있었다. 보통 성명을 가지고 있는 상민 이상의 남자들은 자기의 이름을 초서로 풀거나 혹은 좌우상하로 자체를 뒤바꾸거나 변을 떼어 흘림으로써 남이 알아보지 못하는 고유의 사인을 가지고 있었으며, 더러는 '일심(一心)'을 독특하게 그리기도 하였다. 이것을 '수결(手決)' 또는 '화압(花押)'이라고 하며 모든 공사문서는 이 수결을 사용했다.

 

◆ 관에 제출한 진정서 '소지'와 그 처분 '제음'

 

 

'고문서 2'는 신미년에 전라도 남원부 백파방에 사는 안시욱, 안시용 등 9명이 시산방에 있는 자신들의 선산 내에서 일어난 투장(偸葬) 사건에 대하여 관에 올린 산송소지이다. 투장자를 수색하였으나 끝내 잡지 못하였으니 해당 면임(面任)에게 분부를 내려 투총 한 것을 파서 옮겨 달라는 내용이다.

 

고문서 좌측을 보면 약간 곡선지게 '一'자를 길게 긋고 그 상하에 점과 기호 같은 것을 더한 것이 보인다. 이것이 수결인 일심인데, 뜻은 오직 한마음으로 하늘에 맹세하고 조금의 사심도 갖지 아니한다는 굳은 맹세를 표현한 것이다.

 

관에 소지를 올리면 해당 관원은 그 처분을 내리는데 이를 제음(題音 : 뎨김) 또는 제사(題辭)라 부른다. '고문서 2'의 좌측 하단의 제음은 투총한 사람을 찾아오라 내용의 글을 썼고, 글자 위로는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관인을 찍었다. 그런데 관인이 반듯하지 못하고 비뚤어지게 찍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관에서는 도장을 찍을 일이 많기 때문에 빨리 찍기 위해서 일부러 비틀어지게 찍는 것이란다.

 

한편 노비와 같은 천민은 수결 대신이 수촌(手寸, 손가락의 모양을 그리는 것)이나 수장(手掌, 손바닥의 모양을 그리는 것)을 사용하였는데, 수촌의 경우 가운데 손가락의 첫째와 둘째 마디 사이를 그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수촌은 남자노비(奴)는 왼손 손가락을, 여자노비(婢)는 오른손 손가락을 그리는 것이 원칙이었다.

 

◆ 양반 재산 매매땐 노비 명의로 계약 체결

 

'고문서 3'은 1884년(고종 21) 7월 초 8일 이생원댁 노비 재덕이 상정(上典)을 대신하여 작성한 논매매문서이다. 좌측 상단에 답주와 증인, 필집자의 이름과 사인이 있으며 모두 그들의 상전(上典)을 대신해 문서를 작성하였다. 양반가에서는 재산을 매매할 경우 이처럼 노비에게 위임하여 그의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는 하는 것이 관례였다.

 

/최우중 문화전문객원기자(전주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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