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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삶의 오아시스' 된 표수욱 전북시낭송회 회장

"詩에 날개를 달면서 삶의 기쁨도 나누죠"…도내 시낭송 활동 저변 확대 앞장

사막을 건너 시낭송으로 찾은 '오아시스'. 황폐한 세상이 황폐해지지 않는 법이 거기에 있다.

 

시는 누군가의 가슴북을 둥둥 울리고, 영혼이 비치는 거울이다. 부치지 않아도 도달하는 편지를 수없이 쓰고 지우듯 시 역시 누군가의 깊이로 글썽이는 눈매를 닦아주는 일일 것이다.

 

전북시낭송회 회장인 표수욱씨(45)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 소녀'로 불리길 좋아했다고 했다.

 

"김남조 시인의 시집 「가난한 이름에게」를 참 좋아했어요. 여고 시절 뭘 안다고, 눈물 짓고 그랬는지. 제 딴에는 조숙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웃음)"

 

목소리가 예쁘다고 해서 시낭송가가 되겠다는 건 야무진 착각. 시가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더 크고 단단한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 시낭송가가 해야 할 일이다. 따뜻한 마음과 시에 대한 오롯한 짝사랑, 수많은 사람들의 서늘한 고요를 참을 줄 알아야 해서다.

 

2004년 지인들과 함께 만든 전북시낭송회. 맑고, 고요한 시들을 가슴의 퇴적층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벌린' 일이었다. 하지만 반기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시 쓰는 일은 대단한 작업으로 비춰지지만, 시낭송은 아무나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고, 변방의 사람으로 인식돼 늘 마음 한구석이 서늘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는 일. 이곳 저곳 행사장에서 그들을 찾기만 하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대에 섰다. 가슴 속 서늘한 고요가 또다른 마그마가 됐다. 시인들도 점점 전북시낭송회를 찾기 시작했다. 모래속에 묻혀 있는 진주를 발견하듯, 숨겨진 시에 바람을 불어넣어 주니 시인들로서도 반가울 수밖에.

 

얼마 전 그는 전북시낭송회 회원들과 함께 '표수욱과 함께하는 전북 시인의 時 영상 낭송집'도 냈다. 석정 선생의 시를 비롯해 이기반 이운룡 진동규 정군수 김용택 시인의 시가 고스란히 담겼다.

 

"급하게 서둘러 내놓고 보니, 부족한 점만 눈에 띕니다. 도내 원로 시인을 비롯해 조명받지 못했던 시인들의 작품을 하나씩 기록해나가는 작업을 하려구요."

 

바쁜 시속(時俗)이 놓치고 가는 값진 문구, 진주 같은 시를 찾아 읽고 있다. 더러는 손을 잡아주었고, 더러는 세상에 자리를 펴 주었던 그런 시들이 전북문학사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길 바래서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지 않고 내놓는 말과 글에 취하기 보다 시에 푹 빠져서 사는 게 훨씬 더 홀가분하고 상쾌합니다. 너무 각박하고 삭막해지는 요즘 고통스러울 때 시로 위로가 되고 가르침이 되는 스승을 만나는 이들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허정화 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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