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문학] 유홍준 "답사기 4,5권에 충청·서울 담겠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3권 200쇄 돌파

유홍준(60) 명지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는 1993년 5월 첫 출간이래 꾸준한 화제를 낳아왔다.

 

첫 출간 당시에는 드물게 역사 학술서나 여행서 형식을 갖추지 않은 채 국내 여러 유적지를 답사하며 느낀 점을 구수한 입담으로 솔직하게 풀어썼고 현실 정치와 문화재 정책까지 신랄하게 비판해 이목을 끌었다.

 

1권은 물론 1994년과 1997년에 나온 2, 3권도 모두 인기를 얻었다. 1권은 2000년 100만부를 돌파했고 최근 100쇄 발행을 넘어섰다. 1∼3권을 모두 합해 7일 현재까지 230만부가 팔렸고 10일에는 200쇄 발행을 맞는다.

 

첫 출간 당시를 돌아보고 4, 5권 집필 계획을 소개하려 7일 기자들과 만난 유 교수는 1991년 지인들이 창간했다가 1년도 못돼 폐간한 진보계열 월간 '사회평론'에 원고료도 받지 않고 연재한 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시작이라고 회상했다.

 

"안병욱 교수가 월간지 구색 맞춰야 하니까 학생들 데리고 버스 안에서 떠들던 얘기를 글로 쓰라고 해서 시작했죠. 나는 문화유산을 이렇게 봤다는 얘기를 딱 3차례 쓸 테니 다음에 국문학 하는 사람, 역사 하는 사람이 바통 이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못 이어받겠다고 그래서 계속 내가 쓴 거죠."

 

백낙청 창비 편집인이 창간호에 실린 첫 연재분을 읽고 "나중에 책으로 내자"고 청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이 출간됐다. 출간 이후 책의 인기는 엄청났다. 유 교수도 "상상을 초월하는 열풍"이었다고 회고했다.

 

"책이 계산대 바로 옆에 쌓여 있었어요. 사람들이 계산대 옆에서 바로 집어들고 살 정도였죠. 강연 요청이 많아서 1주일에 2∼3번은 했습니다. 전국 군 단위는 그때 거의 다 가봤어요."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자 책은 독자와 함께 성장했다. 휴대전화나 인터넷도 없던 시절 독자들의 편지가 '반닫이 하나' 가득 채울 정도였고 독자들의 항의와 지적으로 재판을 찍으며 고친 부분이 120군데에 달했다고 했다.

 

유 교수는 "왜 그렇게 사갔는지 나도 모르겠다"면서도 재차 인기 비결을 묻자 시대적으로 당시 독자들이 그런 책을 기다렸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이 책은 당시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면서 우리 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우리 유산은 왜 이집트 유산이나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같지 않느냐'는 생각이 있었을 때죠. 그때 '우리 눈으로 보면 우리 문화유산은 이렇다'라는 걸 보여줬던 거예요. 또 승용차 700만대 시대여서 의미 있는 여행지를 찾는 사람도 많았죠. 책이 나온 뒤에 강진 사람들이 '예전엔 대구ㆍ경북 자동차 번호판이 이렇게 많이 보인 적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또 유 교수는 문인들이 자신의 문체를 '수다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창작자 기질이 6, 학자 기질이 4인 글이라고 평가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교수는 3권 이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이어 쓰려고도 했으나 북한행이 결정돼 '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 상ㆍ하권을 쓰게 됐고 2004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문화재청 청장을 지내면서 4권 작업과는 한동안 멀어졌다.

 

기약 없이 미뤄졌던 4권을 독자들은 내년 중 만나게 된다. 유 교수는 최근 전남 순천의 선암사편 1회분 원고를 썼으며 곧 지면을 골라 연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안 쓰려고도 했었어요. 그때는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민주화 열기로 검열 걱정 없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였죠. 군사 정권도 마음껏 비판할 수 있었으니 나도, 독자들도 통쾌했어요. 지금은 민주화가 다 됐으니 다르죠. 또 '문화재를 이따위로 관리하나?'라고 무책임하게 쓸 수 없고, 이제 나도 환갑을 지났는데 중견 시절에 쓴 글과 같은 톤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요."

 

그럼에도, 4∼5권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다루지 못한 지역 때문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1∼3권에 충청과 제주, 서울 지역의 문화유산을 다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장 시절에 충북 지역 산성(山城)들, 지리산 지역 산사(山寺)들을 묶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하는 방안을 생각했어요. 그만큼 충북 지역 산성들이 아주 멋있고, 산사들도 중국이나 일본 산사에 없는 우리만의 멋이 있죠. 산성 순례, 산사 순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 교수는 자신의 고향인 서울의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쓸 계획이라면서 수도권 등지의 '옛 정취 있는 곳'을 골라 다루겠다고 말했다.

 

"유적으로 제일 가치 있게 남은 궁궐에 대해 써야겠죠. 또 600년 왕도의 귀족이 다 살았지만, 사대문 안에 저택이 별로 남지 않았어요. 범위를 넓혀 성북동 성락원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한테 '3대 정원'을 꼽으라면 담양 소쇄원, 성락원, 보길도 부용동을 꼽을 겁니다. 그리고 인왕산에서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성곽과 화가, 문인들 이야기, 경기도의 세종대왕 영릉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여주 고달사지, 원주 법천사지, 흥법사지 등 폐사지들이 굉장히 멋있는데 그곳을 쓸 생각도 하고 있어요."

 

그는 1∼3권과 시차를 두고 쓰는 4∼5권을 '시즌 2'라고 부르면서 "'부시맨', '영웅본색'은 2편이 1편보다 더 잘 나온 영화라는데 그 정도로 색채를 달리하면서도 예전 책과는 다른 메시지를 던진다면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하며 웃었다.

 

"일단 써 보고 4권이 괜찮다고 하면 그대로 5권을 쓰고, 형편없다고 하면 분발해서 5권을 더 잘 쓰려고 합니다. (웃음)"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래톱이 자라는 달

전북현대[CHAMP10N DAY] ④미리보는 전북현대 클럽 뮤지엄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