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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사회를 바꾼다] 한일 에코캠프, 일본생태하천 방문기

(하) 상처입지 않은 자연친화적 하천

아소화산 분화구가 보이는 곳에선 필자(위)와 석정통 공원. (desk@jjan.kr)

지난 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만경강민관학협의회 주관으로 한국 참가자 23명이 일본 큐슈 사가현과 구마모토현에서 이 지역 대학생들과 다시 만나 큐슈의 하천과 아리아케해 갯벌, 물 관련 시설을 둘러보고 환경 NPO 관계자를 만나고 돌아왔다.

 

큐슈 구마모토현과 사가현은 농업이 활발한 곳이다. 일찍이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저수지나 보를 만들어 물을 대는 기술을 개발해서 보급했다. 따라서 농지면적이나 생산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일제강점기, 곡창 지대인 전북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던 구마모토 농장이 터를 잡고 농민들이 대거 이주를 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토목기술과 애민정신의 만남, 츠준교

 

에도시대 농업용 수리시설로 대표적인 것이 츠준교(通潤橋))와 원형분수다. 츠준교는 1852년 12월부터 1854년 7월까지, 1년 반에 걸쳐 농업용수를 보내기 위해 골짜기에 쌓은 아름다운 아치교다. 길이가 100m, 높이가 20m에 이른다. 이 인근 고지대 원형분수(취수한 물이 분수처럼 솟아나와 한 바퀴 돌면서 7:3의 비율로 나눠진다)에서 취수한 물은 6km의 수로를 따라 다리 앞 수문에서 마을에서 쓰일 물과 건너편으로 가는 물로 나뉜다. 다리 속에 화산암으로 만든 지름 50cm 정도 되는 세 개의 돌관을 통해 건너편으로 흘러간다. 이렇게 해서 물을 댄 농지는 무려 100ha, 그 당시로는 굉장히 넓은 땅이었을 것이다. 이 다리를 만든 마을 촌장 후다 야스노스케(1801~1873)는 여전히 마을의 수호신으로 추앙을 받는다.

 

" 다리가 만들어진 후에도 자손들이 3대에 걸쳐 약 100km의 수로를 더 연결했어요. 덕분에 구마모토 평야 대부분에 물을 공급할 수 있었지요. "

 

오카(일본 수환경교류회 이사)씨는 이 다리가 당시 일본의 높은 토목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대원들도 짐짓 놀란 눈치다. 요즘은 과거 관로 청소 때 아치교 옆으로 물을 빼는 모습을 볼거리로 재연해 관광 상품화해서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지역사회에 여전히 큰 몫을 하는 셈이다.

 

▲ 근대적인 상수도 시설, 석정통공원

 

인근 사가성은 이미 1623년에 가세강의 물을 끌어들여 간단한 정화 과정을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근대적인 상수도 시설을 갖췄다. 지금도 여전히 농업용수를 취수해서 사용하고 있는 이 시설은 물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조상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보를 쌓아 강물을 멈추게 한 후 기다란 석축과 뾰족한 석축 사이로 강물이 천천히 흐르면서 침전 효과를 얻는다. 코끼리코와 개코 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장면이다.

 

이 물은 강변 모래 틈으로 여과가 된 후 지대가 낮은 쪽의 수문을 따라 성내로 들어가거나 일부는 사가평야로 흘러갔다고 한다. 주변 습지에는 대나무를 심어 하천이 범람시 쓰레기가 흘러드는 것을 막고 주변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인상적인 것은 이 시설들이 대부분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고 위쪽으로 올라가긴 했지만 여전히 취수원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 아소 칼데라에 서다

 

구마모토의 축복은 아소 화산에서 시작한다. 거대한 삼나무 숲과 온천, 풍부한 물이 만든 아름다운 하천과 호수, 넓은 초원에 풀을 뜯는 말과 소들이 우뚝 선 봉우리를 배경으로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아소 화산 지대는 남북으로 26km, 동서로 18km, 둘레가 무려 80km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칼데라 지형이다. 이 거대한 분화구 안에는 산자락을 따라 들이 한가롭다. 30분 남짓 걸어서 오른 나카다케(中岳) 분화구는 지금도 용암의 영향으로 진초록 빛 물이 가득하고 하얀 수증기와 유황가스를 내뿜는 살아있는 활화산이다. 대원들은 환경을 지키며 착하게 살았더니 복을 받아서 분화구를 볼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암석을 전공하는 김태성(전북대석사과정)대원은 " 퇴적암의 단층과 습곡, 암석, 용암이 흐른 자국들이 책에서만 본 것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탄성을 지었다. 즐거운 시간도 잠시, 경보음이 울리자마자 유황가스의 습격을 받아 서둘러 내려와야 했다. 아예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이다.

 

이밖에도 1993년 화산 폭발로 입은 피해 상황을 그대로 보존해 시마바라 토석류피해공원과 대홍수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구르메시의 하천센터를 방문했다.

 

대원들은 또한 츠코쿠강, 미도리강, 가세강, 온가강을 둘러보면서 불시에 사람들의 삶을 습격하는 자연재해에 맞서 하천정비와 댐, 양수시설을 짓느라 콘크리트 구조물이 불가피했음을 받아들였다. 한편 강에서 만난 시민들이 마을 앞 하천의 역사와 문화, 생태를 지키면서 자연하천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배울 수 있었다.

 

" 두렵기 때문인지, 자연에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우리보단 더 한 것 같아요. 과거 무리한 하천 정비로 상처 입은 지금의 강이 좀 더 자연친화적으로 변하고 거기에 사람들이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더해진다면 정말 멋진 하천이 될거예요."

 

6박7일간의 긴 큐슈 일정 동안 배우고 느낀 점을 모듬 교사로 참여하는 푸름이 환경탐사대 아이들에게 전해줄 거라는 장예진(전북대3년) 대원의 말이다. 환경운동의 미래에 짊어질 대원들에게 지난 여름을 몽땅 바쳤다는 강두성(만경강민관학협의회) 사무차장은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만족스런 웃음을 짓는다.

 

<끝>

 

/이정현 NGO객원기자(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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