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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살찌우는 사투리 살려야"

'문학어의 생명' 주제로 2009 서울문학인대회

이문구의 '관촌수필'이나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의 공통점은 모두 작품 속에서 구수한 지역 사투리를 구사했다는 것이다. 이 세 작품 속에 질펀하게 담긴 충청도와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를 서울말로 바꾼다면 그 매력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ㆍ서울(이사장 김후란)은 이렇게 문학과 언어 생태환경을 살찌우는 순도 높은 우리말과 글의 중요성을 짚어보기 위해 23일 '문학어의 생명'이라는 주제로 '2009 서울문학인대회'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날 기조발표자로 나서는 시인 겸 전임 국립국어원장 이상규 경북대 교수는 미리 공개한 발표문에서 "모든 창조적인 문학 언어나 방언은 고도의 표현력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며 방언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전라도 방언이 쓰인 서정춘의 시 '백석 시집에 관한 추억'을 인용하며 "방언의 사용은 표준어라는 규범에서 벗어남으로써 오히려 더욱 풍성해지고 또 한껏 무게를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며 "안일한 감상주의나 자아분열적 글쓰기 방식이 아니라 당당하게 전라도적 언어풍경의 윤기를 발하게 해주는 문학의 언어는 주술이요, 언어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발표자인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도 '문학어로서의 한국어의 오늘'이라는 발표문에서 "표준어에 대한 전면적 성찰을 통해 한국어 표현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을 제안했다.

 

방 교수는 "어휘의 제한과 규범화가 한국어의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현저히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영어를 비롯한 각종 외래어, 외국어의 영향 아래서 점점 더 단순화해 가는 한국어 어휘의 상황을 점점 악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인 겸 소설가 김형수 씨 역시 김삿갓과 김소월, 김지하, 이문구, 서정인 등 우리 문학사에 나타난 '언어의 달인'들의 사례를 들면서 "주목할 것은 우리말에 활력을 보태는 문제적 현상이 매번 표준어가 아닌 주변부 언어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의 모국어는 서울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런 하나만의 한국어여서는 안 될 것이고, 남과 북, 해외, 도서 변방으로 흩어져서 전혀 다른 얼굴을 갖게 된 복수의 한국어들이어야 할 것이며, 결국은 다시 하나의 정체성 아래 모일 수밖에 없는 단수의 한국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문학인대회에서는 문인 203명이 고향 사투리와 좋아하는 사투리를 엮은 책 '그리움의 말을 찾아서'의 출판 기념회도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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