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최승희 춤축제 국제포럼'
무용가 최승희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그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한 가운데, 최승희를 신화화하는 데 머물렀던 국내 연구가 이제는 최승희에 대한 실체적 접근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해리 한국춤문화자료원 연구위원은 4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09 최승희 춤축제 국제포럼'에서 지금까지 국내의 최승희 연구는 생애와 무용 활동 등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쳐 최승희를 신화적 인물로 고착시켰다고 지적했다.
'신화를 넘어서 실체적 연구로 나아가야'를 주제로 발제한 최 연구위원은 "모든 학문에서 역사 연구는 기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내의 최승희 연구물 대부분이 연대기적 생애 서술, 무용 활동의 시대별 나열, 작품의 시대별 분류 등 역사적 고찰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 최승희 연구는 월북 예술가에 대해 정부가 해금 조치를 취한 1987년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단행본 13건, 박사논문 3건, 석사논문 16건, 학술지 연구논문 42건 등 총 73건의 연구 성과물이 존재한다.
최 연구위원은 "이제 최승희 연구에서 필요한 것은 신화가 아니라 진실"이라며 "이를 위해 최승희의 춤과 삶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동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 예술의 흐름 속에서 해석함으로써 최승희 춤의 실체에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승희를 둘러싼 신화를 걷어내고, 실체로 나아가려면 무용계가 최승희의 친일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오는 8일 공개 예정인 '친일인명사전'에 최승희가 포함된 데 대해 무용계 일부가 비판하는 것과 관련, 그는 "확고한 증거가 있다면 진실로 인정하고, 밝히는 게 학자의 사명"이라며 "사전에 등재된다고 해서 최승희의 예술적 업적과 춤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며, 후세대 무용가들이 반면교사로 삼으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애순 중국 옌볜대 예술연구소장이 '최승희와 동양무용', 일본의 문학평론가 고오노 에이지는 '일본인들이 본 최승희'에 대해 각각 발표하고, 장주휘 전 중국발레무극단장, 김백봉 경희대 명예교수 등은 스승 최승희에 대한 기억도 들려줬다.
이애순 소장은 최승희의 무용이 한국, 일본, 중국, 북한 등 아시아 4개국이 근대 무용의 체계를 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 최승희에 의해 동양 무용이 비로소 서양에 알려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