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복 번와장 "옛 것보다 50% 무거워…10년내 보수 필요"
전주 한옥마을 기와가 균형을 잃고 있다.
한옥마을의 기와가 옛날 기와보다 무거워 기와 사이가 벌어지고 추녀와 서까래가 처져 곡선미를 잃는 데다 한옥의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전주시의 전주전통문화센터 관리 자문 요청으로 한옥마을을 방문한 이근복 번와장(59·중요무형문화재 제121호)은 "한옥마을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기와공사가 돼 있다"며 "현재 사용되는 기와는 단단하지만 옛날 기와보다 50% 이상 무겁기 때문에 이를 얹다 보면, 서까래가 쳐지고, 한옥이 균형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은 기와를 잇는 번와 와공 자격증 소유자가 전국적으로 5000여명 가까이 되지만, 공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데서 비롯된다. 한옥마을 뿐만 아니라 경복궁 근정전(국보 223호)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고주(高柱·높은 기둥)가 4개나 부러졌고, 경회루(국보 224호)의 추녀가 3개나 부러진 것도 기와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건물이 균형을 잃게 돼서다.
그는 "기와가 무거워졌다면 기둥에 부담이 가는 만큼 보강공사가 필요하지만, 같은 공법으로 공사하는 게 문제"라며 "건물에 따라 상황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10년 내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번와장은 "한해 문화재수리기능자가 수십 명씩 배출되지만, 한 평짜리 공간을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아무도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한다"며"자격증은 있어도 기술이나 현장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공사를 맡으면 앞으로도 날림 공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한옥마을은 전라도 기와의 곡선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 번와장은 "지자체마다 똑같은 한옥을 짓고 있지만, 지역별 특성을 살려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전라도의 경우 서까래 끝이 들어가도록 해 곡선미를 드러내는 게 특징이지만, 한옥마을은 그게 없어 아쉽다"고 했다.
장대수 전주시청 한스타일 담당자는 "대개 한옥을 지을 때 번와 와공 자격증 소유자의 조언을 통해 토기와(흙으로 구운 기와)를 쓰고, 30~40년이 지나면 교체 공사 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시멘트기와를 쓰도록 하는 것으로 안다"며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기와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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