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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혁의 글씨로 만나는 옛 글] ⑬저수량의 안탑성교서(雁塔聖敎序)

공간 운용 뛰어나 경쾌하고 맑은 풍운 자아내…결구의 전형성 보여준 뛰어난 작품

저수량의 안탑성교서(雁塔聖敎序) (desk@jjan.kr)

 

당대종의 치세기인 정관(貞觀) 연간에 걸출한 서예가로서 또 한 사람 저수량을 들 수 있다. 저수량(596~658)은 절강 항주 전당(錢塘) 사람이며 자가 등선(登善)이다. 당태종과 고종조에 벼슬하여 고위직에 올랐으나, 만년에 고종이 무측천에게 양위하려는 것을 반대하다 노여움을 사 좌천되어 애주(愛州)에서 보내다 사망하였다. 일전에 소개한 구양순, 우세남과 더불어 초당삼대가로 불린다.

 

정관 19년(645) 1월 7일, 삼장법사 현장(602~654)은 17년에 이르는 인도유학을 마치고 경론(經論) 657부를 꾸려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한문 번역에 착수하여 익년 7월 인도와 서역에 대한 견문록을 완성하는 한편, 우선 75부 1335권을 번역해 내는데 성공하였다. 당태종은 국가적 사업으로 그를 후원하고 있었는데 현장의 요청에 따라 정관 22년(648) 8월 직접 '삼장성교서'를 찬하고, 동시에 황태자가 서기(序記)를 지어 저수량에게 건네주었다.

 

바로 그해, 황태자는 생모 문덕황후(文德皇后)를 추선하기 위하여 장안의 진창방(晉昌坊)에 대자은사(大慈恩寺)를 창건하였다. 영휘 3년(652)에 새겨 안치할 것을 희망했으나 그 다음해 탑의 최상층에 두 비가 세워졌다. 그러나 탑은 붕괴되어 버렸고, 측천무후가 장안에 있을 때(701~704) 새로 7층 전탑(塼塔)을 세우고, 1층 남면 입구 동쪽벽에 서비(序碑)를, 그리고 서쪽 벽에 서기비(序記碑)를 넣었다. '안탑성교서'란 이 두 비를 포함해서 호칭하는 말이다.

 

'안탑성교서'는 영휘 4년(653) 저수량의 나이 58세 때의 글씨이다. 같은 모양으로 제작된 두 개의 비석에는 팔분으로 '大唐三藏聖敎之序' 8자가 우에서 좌로 2행에 걸쳐 쓰여 있고, 전액 '大唐三藏聖敎序記' 8자는 좌에서 우로 2행으로 배치되었다. 본문의 글씨 역시 이와 같은 방향으로 쓰여 있어 대칭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비석을 세울 당시부터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序碑는 21행에 매행 42자로 전 821자인데 불교의 전래와 현장법사의 공덕을 칭송하는 내용이 새겨져 있으며, 序記碑는 20행에 매행 40자로 전 642자이며 아버지 태종의 이해와 현장이 행한 사업의 의의를 서술하고 있다. 이 글씨는 살이 빠지고 골기가 강한 획을 구사하고 있으며, 태세와 강약의 변화가 많다. 구양순의 구성궁예천명이 절제미를 강조하여 전형화된 법칙을 보여주고 있다면, 저수량의 안탑성교서는 결구에서 공간의 운용이 뛰어나 경쾌하고 맑은 풍운(風韻)을 자아낸다. 저수량의 해서비 중에서 가장 늦게 쓰여진 것이므로 자신의 독자적인 서법을 완성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초당삼대가는 왕희지 이래로 전해져 온 필법을 해서로 전형화한 인물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글씨는 비록 소해이지만 이미 체세가 확립되어 법칙화 되어 있으며, 결구의 전형성을 잘 보여준다. 저수량의 '안탑성교서'는 내용면에서는 회인이 집자한 '집자성교서'와 같은 류이며, 형식면에서는 구양순과는 차별되는 또는 당대 서법의 한 전형성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안탑성교서'보다 1년 전에 쓰여진 '방현령비'가 있고, 20년 전에 쓰여진 '이궐불감비'가 용문석굴 벽면에 자리해 있다. 모두 색다른 면을 보이고 있으나 정관 12년에는 당태종을 명을 받고 내부에 수집된 왕희지의 글씨를 감정하여 '우군서목(右軍書目)'을 작성하고, '난정서'를 탑모한 것을 보더라도 그의 서법과 초당삼대가가 왕희지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서예문화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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