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만기여서 찾으려 했다가 믿고 다시 맡겼는데"
"31일이 예금 만기여서 찾으려고 했더니, 창구 여직원이 '당장 필요한 자금이 아니면 요즘 이자도 좋으니까 좀 더 넣어두라'고 권해서 맡겼는데, 어떻게 그 날 영업정지할 수 있느냐. 내 돈 내놓아라"
전일저축은행 영업정지 후 첫 고객 설명회가 열린 지난 4일 전북교육문화회관. 오전 내내 쏟아지던 눈비가 멈췄지만 하늘은 여전히 잔뜩 흐려 있다. 설명회장으로 모여들고 있는 예금주들의 표정은 더욱 흐려 있다. 삼삼오오 모여드는 예금주들을 살펴보니, 천금같은 쌈짓돈을 맡겼다가 은행이 영업정지 됐다는 소식에 신정 연휴 내내 가슴을 쓸어 내렸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다. 며느리 부축을 받고 힘겹게 거동하는 할머니도 눈에 띄었다.
5000만원 이상 예금자로 보이는 몇사람들의 거친 항의와 한탄이 한바탕 폭풍처럼 지나가고, 설명회 예정 시간인 2시를 조금 지나 예금보험공사 관리인이 공식 설명회에 들어갔다.
강당 안은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찬 예금주들로 인해 긴장감이 감돌았고, 관리인도 긴장된 가운데 차분히 영업정지 배경과 향후 가지급금 지급 절차, 가교은행 설립 후 안정화 조치 등을 설명해 나갔다.
대부분의 예금주들은 차분히 설명을 경청했다. 하지만 질의응답 순서에서는 이번 금융사고에 대한 격노가 그대로 묻어났다.
한 예금주는 "2억3000만원을 넣었는데…. 2억3000만원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느냐"고 격앙된 목소리로 질문했다. 관리인은 "원리금 포함해 5000만원 이상은 향후 파산재단으로부터 배당률에 따라 지급받게 된다"고 건조하게 답했다. 이 예금주로서는 최후의 사형 선고인 셈. 억장이 무너진다. 결국 누르고 눌렀던 화를 참지 못하고 한탄한다. "전일저축은행 경영진은 아무도 안나오고, 이번 사태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예보 관계자 등)만 나와 있는 것이냐"며 분개했다.
원리금 포함해 5000만원까지 보장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대한 질문, 가교은행이 설립된 후 당초 전일이 책정한 금리가 그대로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도 잇따랐다. 한 예금주는 "5000만원에 왜 이자까지 포함하느냐. 이자는 따로 줘야는 것 아니냐"며 부질없는 억지를 부려보기도 했다.
설명회장을 떠나는 60대 여성들. 예금이 5000만원을 넘지 않았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렇지 않아 다행이다"라며 "작년에 전북저축은행 사고를 보고 분산 예치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한 50대 아주머니는 "아들이 나한테 그래. 나 아파트 안 사주고 (전일저축은행에) 넣어두었으면 다 날라갔잖아요!라고. 그래서 웃었는데, 큰일날뻔 했어"
아직 5000만원 이상 예금주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장 주변에서는 5억원을 넣었다는 사람, 2억원을 넣어두었다는 사람 등도 거론됐다.
한 아주머니는 "나야 돈이 많지 않아서 조금밖에 넣어두지 못했지만, 이번 사고 때문에 자식들한테 숨겨둔 돈을 들킨 사람들도 있어"라며 웃었다.
진북동 우성아파트 주차장에서 만난 70대의 한 노인은 "나는 평생 전일과는 한 푼도 거래하지 않았어. 그곳 경영하는 사람들 믿을 수 없더라고"한 마디 냉정하게 내던지고 가던 길을 황급히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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