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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감영과 4대문복원] ⑨전라감영과 4대문 복원, 전망과 과제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한목소리

지난 11일 한옥마을 봄에서 열린 전북일보 기획 <도시, 역사를 부르다> 집담회에서 전문가들이 전라감영 복원과 관련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이강민(lgm19740@jjan.kr)

<< 올해를 전라감영 복원의 원년으로 삼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전북일보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기획한 <도시, 역사를 부르다-전라감영과 4대문복원, 길을 찾다> 를 마치며 마련한 집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복원 규모와 범위, 성격 등이 여전히 논쟁이 되고는 있지만,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며 "어떤 결론이 나오든 반드시 복원해야만 하는 전라감영의 핵심건물 선화당과 관련된 것이라도 먼저 사업을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이날 집담회에는 고언기 전주시 전통문화국장, 김남규 전주시의회 의원(문화경제위원장), 원도연 전북발전연구원 지역정책개발연구소장,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전라북도·전주시 문화재위원), 이종민 전북대 교수(전라감영 전주4대문 복원 통합추진위원회 부위원장), 조법종 우석대 교수(전주시 문화재 위원)가 참여했다. 사회는 이번 기획의 전문가로 참여한 이종민 교수가 맡았다. >>

 

▲ 이종민=전북일보 <도시, 역사를 부르다> 기획에 참여하며 전라감영 복원과 관련한 시사점을 얻기 위해 일본 취재에도 동행했다.

 

전라감영 복원과 관련해 오랫동안 다양한 논의가 진행돼 오고 있는데, 예산 확보가 난망하다 보니 논의도 자꾸 겉도는 것 같다. 하지만 예산 확보만을 기다리며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전라감영이 복원되면 전주시와 전라북도에 엄청난 의미가 될텐데, 너무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논의를 위해 우선 복원의 의미와 목적, 성격 등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 조법종= <도시, 역사를 부르다> 에서도 이야기했듯, 전라감영 복원은 조선 500년 전라도 수구의 상징성을 살린다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자 목표다. 감영 복원은 단순하지만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전주가 가지고 있던 역사적 위상을 공간적으로 회복하자는 것이다.

 

전라감영의 원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복원에 가까운 재현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 이동희=역사성 문제도 있지만, 전라감영 복원은 구도심 활성화라는 중요한 과제도 안고 있다. 역사성과 구도심 활성화라는 두가지 목적을 같이 달성해야 하다 보니 아무래도 방향 잡기가 어려운 것 같다.

 

▲ 김남규=1996년부터 전라감영 논의가 시작된 지 14년이 경과됐다.

 

최근 익산이 미륵사지와 왕궁리 오층석탑, 제석사지 등 백제문화로 부상하고 있는데, 익산은 백제문화로 전주는 조선문화로 집중해 나가면 어떨까. 특히 올해는 태조 어진 경기전 봉안 600주년이 되는 조선왕조의 발상지로서 뜻깊은 해 아닌가. 전라감영 복원은 전라북도 문화재 복원 및 관리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 나갈 필요가 있다.

 

▲ 조법종=목표를 구체화하면 감영 복원의 성격도 나올 것이다. 익산이 역사유적지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전라감영과 경기전, 향교, 객사, 풍남문 등 조선의 원형적 모습을 가지고 있는 전주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전라감영이 어느 정도 공간성과 원형성을 회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고언기=역사적으로 전라감영이 전주 정신을 살리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전주시는 전라감영의 현존하는 유일한 건축물인 동헌을 전주로 옮겨오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규모나 시기, 예산, 주체 등에 있어서는 전주시와 전라북도 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자료를 검토하는 단계에 있지만, 앞으로 쟁점별로 하나씩 집중적으로 논의해 가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종민=일본에 다녀오면서 복원의 또다른 의미를 되짚고 싶었다. 복원이 단순히 과거를 되살리자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가나자와성 복원과 관련해서 일본 현지에서 만난 오오바 요시미 가나자와학원대학 교수는 "백년 후 국보를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대 최고 수준의 대목술 기술이 접목돼 만들어졌을 전라감영도 복원 후 일정한 결을 안게된다면 충분히 국보화될 수 있겠다 싶었다.

 

▲ 원도연=전라감영 문제는 과거 역사적인 상황을 그대로 복원해 100년 뒤 문화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의미가 있되 미래에서도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전라감영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과 상황, 그것들이 꼭 전라감영 사이트에서만 재현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판을 크게 볼 필요가 있다. 전라감영은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였으면 좋겠다. 그 기능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문화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 이종민=가나자와성은 복원을 통해 460년 동안 소수인들이 독점했던 공간을 시민들에게 공원으로 돌려준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전라감영에도 그런 의미를 집어넣을 수 있을 것 같다. 감영에서 했던 문화예술의 생산적 측면을 재현한다면 문화창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한옥마을과 풍남문, 남부시장을 연계시켜 길게 본다면 구도심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전라감영 복원과 관련해 가장 큰 걸림돌은 구도심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이 순식간에 자동차 수백대, 수만대를 판매하는 수익을 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문화가 느리고 더디게 수익을 창출해 낸다.

 

전주한옥마을도 초창기에는 주민 반대가 만만치 않았지만, 지금은 한해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모을 만큼 성장했다. 전라감영과 구도심 활성화도 장기적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 김남규=역사성을 복원하는 데 있어 일본을 비롯해 해외사례를 들여다 보면 깊은 곳에는 구도심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전라감영 자리에 위치해 있던 전북도청이 이전하면서 중앙동과 경원동 등 그 일대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 진 것이 사실이다. 전라감영 복원과 구도심 문제는 현대도시에서 역사건조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좋은 화두인 것 같다.

 

▲ 조법종=만약 도청이나 교육청이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서부 신시가지로 옮겨가지 않았다면 구도심이 이처럼 급격하게 쇠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구도심 공동화 현상은 행정기관들에게 큰 책임이 있으며, 그것을 전라감영 문제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이종민=(복원규모에 있어)완전복원이냐 부분복원이냐, (추진주체에 있어)전주시냐 전라북도냐,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공동으로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는 것을 우리는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추진위에서는 시장이나 도지사의 의지, 자치단체의 예산 확보 정도를 궁금해 하지만 반대로 추진위에서 이와 관련된 것들을 적극적으로 주문할 수 있어야 한다.

 

▲ 조법종=무엇보다 이제는 논의 구도를 정의할 단계가 됐다. 더이상 공회전시키지 말고, 나중에 변형이나 수정이 되더라도 일단 방향을 잡고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지역에서도 역사성 회복을 지역 정체성 확립의 핵심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 원도연=논의가 오래돼 온 만큼 정리할 시점은 됐다고 생각한다. 사업주체를 관으로 보는 관점들이 있는데,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라감영 복원은 시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또한 완전복원과 부분복원에 관한 문제도 그렇다. 물론, 큰 그림을 정해져야 세부적인 전략이 나오고 마스터플랜에 대한 총괄적인 합의를 하고 시작하는 것이 안정적이기는 하겠지만 우선 기초적인 합의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시작하자. 그래야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 조법종=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전라감영 일대의 현재 건물들을 전부 헐어본다던가,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을 때의 모습을 그려본다던가, 절충안으로 상징적 복원만 했을 때의 모습을 그려본다던가, 어떠한 구체적인 것이 보여질 때 일도 진척될 수 있다.

 

▲ 김남규=전라감영에 대한 건축적 고찰과 함께 소프트 프로그램을 복원해 나가야 한다. 감영이 행정적·문화적으로 무엇을 해왔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출방(印出房), 지소(紙所), 선자청(扇子廳) 등 한지 및 인쇄출판 도시로서 전주의 정체성이 담긴 공간은 꼭 복원했으면 좋겠다.

 

▲ 원도연=전라감영은 감영 중의 감영이다. 따라서 전라감영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감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담아내는 감영문화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 이동희=우리가 전라감영을 복원해 나가는 데 있어 우선적이고 필수적으로 해야할 일들이 있다. 복원 문제는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그를 위한 기초적인 작업, 감영에 대한 이론적 연구들은 거의 없었다. 감영이 있는 도시 중 유독 전주만이 「완영일록」의 번역이 안돼있다. 복원 범위만 논할 것이 아니라 전라감영과 관련된 기초적인 토대 연구를 해야 한다.

 

▲ 조법종=역사학자들의 책무이기는 하지만, 막상 하려고 보면 지역 인력이나 연구자들의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다. 했다 하더라도 개별적이지 종합적으로 안돼있다. 전라감영 복원이 현안인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본 자료 구축 작업이라도 했었어야 했다.

 

▲ 이종민=선화당은 전라감영의 핵심 건물이다. 그런데 지난번 발굴에서 감영과 관련된 유구가 나오지 않았다. 장소를 잘못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는데, 제대로 된 발굴이라도 해보자. 자꾸 국비에 의존하지 말고 우선 시나 도의 예산으로 선화당 터라도 먼저 찾아놓자. 그 성과를 인정받는다면 국비를 받는 것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 조법종=사실 선화당은 석축을 3단 정도를 깔고 건물을 올렸기 때문에 하부구조가 남을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이전 발굴조사에서 3m 정도 땅을 파니 후백제 유구가 나왔다. 하지만 발굴 범위는 좀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이동희=선화당은 50년대 초까지 있었고, 전라감영의 유일한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회화나무는 아직도 남아있다. 그런데 전주 시민들 중 선화당과 관련된 것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없을까 싶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라감영에 대한 기억을 수집해 보면 어떨까. 그런 자료들을 찾아서 보여주는 것이 시민 설득에 매우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 원도연=건물 자체를 짓는 물리적인 공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전라감영을 둘러싼 이야기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역사학자들이 전라감영을 둘러싼 모든 기록을 번역해 내놓는다면 인문학은 그것을 바탕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것이다. 「완영일록」 번역과 함께 시민들이 참여하는 스토리텔링 대회 등을 열어보자.

 

▲ 고언기=지금도 시민들 중에는 전라감영 복원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옥마을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처럼, 전라감영 복원도 시민들의 의견 집결이 필요하다.

 

규모와 관련해서는 현재 상황에서 여러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실질적인 복원 개념 보다는 재현 개념이 낫지 않을까 싶다. 또 전라감영 일대가 슬럼화돼 가고 있는 만큼, 시에서는 경제적 효과와 묶어서 고민하고자 한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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