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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혁의 글씨로 만나는 옛 글] (21)미불의 촉소첩(蜀素帖)

정연하고 유려한 진대의 행서풍…"사자가 코끼리 잡으려는 듯 질주"

미불, 蜀素帖 (絹本, 1088년) (desk@jjan.kr)

미불(1051-1107)은 북송사대가의 한 사람으로 초명이 불이었으며, 자는 원장(元章), 호는 녹문거사(鹿門居士)·양양만사(襄陽漫仕)·해악외사(海岳外史) 등이 있다. 오나라 양양(襄陽·호북성) 사람으로 어머니가 선인(宣仁)황후를 모셔 그 은혜로 비서성교서랑이 되었고, 후에 태상박사(太常博士), 지무위군(知無爲軍)을 거쳐 서화학박사가 되었을 때 휘종을 대면했는데 아들(米友仁)이 그린 '초산청효도(楚山淸曉圖)'를 바쳤다. 이로써 어부(御府)의 서화를 감식하고 예부원외랑(禮部員外郞)에도 발탁되었다. 이 때문에 그를 미남궁(米南宮)이라 부르기도 한다.

 

왕희지의 왕략첩(王略帖), 사안의 팔월오일첩(八月五日帖), 왕헌지의 십이월첩(十二月帖)을 소장하여 자신의 서재 이름을 보진재(寶晉齋)라고 명명하였고, 그것들을 임모하면 진적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수묵산수에서는 독자적인 기법을 창안하기도 했다. 「송사」의 전기에는 미불의 기이한 벽이 소개되어 있다. 당나라 사람들이 입는 관복을 입어 특이하였고 말이 유창하여 그가 이르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무위주(無爲州)에 근무할 때 그 지역에 큰 돌이 있었는데 그 모양이 기괴하였다. 미불이 그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이 돌은 내 절을 받을만하다!" 하고 곧바로 의관을 갖추어 절하고는 그 돌을 형이라고 불렀다. 기괴함이 자기보다 한 수 위라는 말이다. 이러한 기벽으로 인하여 당시 사람들이 그를 미전(米顚)이라 불렀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여러 차례 곤란을 겪었으나, 임금의 명을 받들어 황정경(黃庭經)을 모방하여 소해천자문(周興嗣千字韻語)을 쓰는가 하면, 선화전(宣話殿)에 들어가 소장된 작품들을 열람하여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저서로 삼사(三史) 즉 「서사(書史)」, 「화사(畵史)」, 「연사(硯史)」와 「보장대방록(寶章待訪錄)」이 있으며, 제발집 「해악명언(海岳名言)」이 있다.

 

미불의 촉소첩은 1088년 9월에 호주(湖州)의 지주(知州)였던 임희(林希)의 초청을 받고 그의 청에 따라 자작시를 행서로 쓴 것이다. 미불의 나이 38세 때 작품으로 정연하고 유려한 진대의 행서풍으로 이루어져 있다. 촉소첩의 유래는 대략 이렇다. 호주의 지주 임희는 경력(慶曆) 4년(1044)에 촉의 동천(東川)에서 생산된 비단을 구하여 두루마리로 꾸며 놓고, 명필에게 글씨를 받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러 명사들을 초청하여 비단권을 자랑하던 임희는 희녕(熙寧) 8년(1075)에 진릉(晉陵)의 호완부(胡完夫)를 초청하여 비단을 보여주며 제식(題識)을 받았고, 원우(元祐) 3년(1088) 9월에는 미불을 초청하여 마침내 원하던 글씨를 받게 되었다. 여기에는 미불의 자작시 '의고(擬古)'를 비롯하여 오언시와 칠언시가 각각 4수가 쓰여 있다. 현재 첩의 앞에는 청나라 고종의 「米?書蜀素帖」 6자가 있고, 첩 뒤에는 호완부를 비롯하여 동기창, 심주, 축윤명, 고종의, 왕형, 동힐 등의 발문이 있다. 그 중에서 명나라 동기창은 "마치 사자가 코끼리를 잡으려고 전력 질주하는 것 같다"고 평하고 "이전에 촉소첩 모본을 얻어 희홍당첩에 새겨 넣었는데 갑진년(1604) 5월에 오정(吳廷)에게 진적을 양도받았다"고 소장내력을 소개하였다. 동기창의 글씨가 미불과 흡사한 하나의 이유를 여기에서 발견한다. 횡획의 기필이 수필보다 무겁게 되어 있으며 결구가 좌측으로 기운 모습은 미불 행서의 특징이다.

 

/이은혁(한국서예문화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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