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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전주 황방산 야생동물 먹이주기 행사

"겨우내 배 곯던 멧토끼야, 보리·밀 낟알 먹고 힘내렴"…전북환경운동연합·전주시 마련

20일 전주시 만성동 황방산에서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전주시가 함께 마련한 '겨울철 야생동물 먹이주기 및 불법 엽구 제거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먹이를 모아놓고 있다. 정헌규(desk@jjan.kr)

겨우내 배 곯던 야생동물들이 간만에 '브라보'를 외쳤다.

 

20일 오전 10시 전주시 만성동 두현마을 황방산 밑자락.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전주시가 함께 마련한 '겨울철 야생동물 먹이 주기 및 불법 엽구 제거 행사'에 참가한 시민 30여 명이 고구마와 보리·밀 등이 담긴 종이상자와 자루를 저마다 어깨에 떠메거나 가슴에 안고 산으로 향했다.

 

고구마는 멧돼지나 고라니 등 덩치가 큰 야생동물을 위해, 곡물 낟알은 멧토끼나 산새들 먹이로 각각 100㎏씩 준비했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없습니다. 먹이는 경사진 데 말고 약간 판판한 데 보이게 뿌려 주세요."

 

김대곤 밀렵감시단장(56)은 참가자들에게 밭에 난 고라니 발자국과 무덤 옆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 등을 보여 주며 "전주 시내와 가까운 곳(황방산)에 야생동물이 살고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김 단장은 또 산 중턱 바위 아래 깊게 파인 구덩이를 가리키며 "이것은 멧돼지가 판 게 아니라 사람이 칡을 캐려고 판 것"이라며 "이렇게 파인 곳은 다시 흙으로 메워도 비가 오면 금방 쓸린다"며 산림 훼손의 주범이 야생동물이 아니라 인간임을 분명히 했다.

 

일행은 가시덩굴 등이 우거진 산등성이를 오르며 바위나 나무 아래에 고구마와 낟알을 놓아 두었다. 밀렵꾼들이 뱀을 잡기 위해 쳐놓은 뱀그물(뱀덫)도 제거했다.

 

유칠선 문화관광해설사(51)는 참가자들과 같이 먹이를 주며 '이 나무는 딱따구리가 살던 곳이다', '이것은 멧토끼 똥인데 낙옆 등 거친 음식을 먹어 색깔이 갈색이고 가볍다'는 등 생태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줬다. 그는 "들에서는 오리 등 개체 수가 많기 때문에 곡물을 뿌려도 상관없지만, 산에서는 산새들이 개체 수가 적은데다 낙옆까지 있어 모아서 줘야 한다"며 야생동물의 서식처에 따라 먹이 주는 방법도 다름을 강조했다.

 

"그렇게 많이?"

 

이날 참가자 중 막내인 이산들양(8·전주서일초 1학년)이 전북환경운동연합 곽화정 활동가(28)가 보리를 여러 번 땅에 놓자 딴죽을 걸었다. 곽 활동가가 "낙옆에 가려서 (보리가) 안 보이면 어떡해?"라고 설명해도 산들이는 "새들은 눈이 좋아서 다 보여. 안 보이면 선생님 바보!"라고 우기며 앞장섰다. 산들이는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정책기획국장(42)의 딸이다.

 

이날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야생동물 먹이 주기 행사를 반겼다.

 

정순옥씨(61)는 "작년에 살쾡이가 동네 형님네 닭 27마리를 잡아 먹고 우리집 닭도 죽였다"며 "요즘도 밤 12시, 1시가 되면 (살쾡이 때문에) 우리집 거위가 고함을 지른다. 이제 먹이를 줬으니 (야생동물들이) 마을에 안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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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goodpe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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