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정치인 패러디' 그림으로 눈길 끄는 그림쟁이 이근수씨

"울분 터지는 일도 웃을 수 있도록…화폭에 희망 담았죠"

왼쪽 눈의 안구가 반대 쪽보다 올라가 있는 전여옥 한나랑 의원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의 제목은 '가면 속 얼굴'. 지난해 국회에서 부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공동대표 등과 충돌, 왼쪽 눈에 마비성 상사시(上斜視)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입원했던 전의원을 풍자한 그림이다. 옷차림이 기모노와 비슷한 것은 「일본은 없다」 표절 논란에 대한 풍자이며, 왼쪽 눈에 문제가 생겨 왼쪽은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비판적 메시지를 담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개가 나란히 서서 삽질을 하고 있는 '개발로 삽질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명박 대통령 품에 안겨있는 '신기루 용산 뉴타운', '전원일기'에서 푸근한 인상을 풍겼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열을 내며 말하고 있는 '꼭두가시 명배우'….

 

전주 한옥마을 길가에 자리잡고 있는 '님바래기' 창가에 전시돼 있는 그림들이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신문 정치면과 텔레비전 뉴스에서 보던 내용들을 그림으로 접하게 된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 '깔깔' 웃는 사람도 있고, 집에 가서 읽어보겠다며 그림 밑에 써있는 내용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가기도 한다. 그림을 그린 이근수씨(44)는 "그들이 짓고 있는 표정을 그대로 그린 것도 있고, 신문기사에 실린 발언을 따옴표로 가져온 것도 있다"며 "얼굴이나 이름이 그대로이다 보니 굉장히 직접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름 온건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그림을 그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간에 인상을 쓰고 있을 때가 있어요. 그릴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생각을 바꿔 울분이 터지는 일도 웃을 수 있게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죠. 미술은 아름다운 술이빈다. 술을 마시면 취하듯, 울고 있고 울고 싶은 이 땅에서 미술로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그림 그리며 살아가는 그림쟁이'라고 말하는 이씨는 대학 시절 기독교사회운동연합에서 활동하며 흔히 말하는 '운동'을 했다. 1995년 전북민미협을 만들어 지금도 회장을 맡고 있다. 개인전은 안해도 민미협 전시라면 전국 어디에서 열리든 거의 다 참여했다. 이씨는 "생명운동이나 평화운동, 통일운동이 다 한 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님바래기'의 천장과 벽면에 걸려있는 몇 점의 '밭갈이' 시리즈는 사람들이 쟁기로 밭을 갈고 있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노동을 해방시키고 싶어 1995년부터 그려온 작품. 그림 그릴 때 밑그림을 그리지 않아 어떤 그림은 인물이, 어떤 그림은 배경이 잘 그려질 때가 있어 잘 그릴 때까지 그리기로 마음 먹었다.

 

원광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그는 나무를 깎고 흙도 빚는다. 그의 일터인 '님바래기'에는 빛그림(두꺼운 종이판 위에 한지를 덧붙이고 안에 조명을 설치한 조명등)과 쇠실놀이(철사를 꼬아 만든 작품)가 공간을 채우고 있다. 그는 "재료에 상관 없이 내가 가지고 있는 빛과 선을 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안에는 개인전도 열어볼 생각. 그는 "사람과 사람의 얼굴 사이에 1mm도 안되는 실이 가로막고 있어도 답답하다"며 "미술은 숨 막히는 걸 알아서 숨통 트이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도휘정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군산시의회, 시정 전반 놓고 의원들 ‘쓴소리’

사람들후백제시민대학 수료식 개최

스포츠일반전통의 강호 전북제일고 핸드볼 부활…전국체전 우승

사건·사고군산 해상서 중국 어선 전복⋯선원 9명 실종

오피니언피지컬AI와 에너지 대전환과 협업이 우리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