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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28)쇼팽과 리스트①

아름다운 우정, 피아노 천재들의 만남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 리스트는 '피아노의 황제'로 칭송받는 음악가이다.

 

쇼팽(Frederyk Chopin, 1810~1849)과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는 1년 차이로 태어났다. 쇼팽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올해 세계 각지에서는 쇼팽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니, 내년에는 리스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많이 열릴 것이다.

 

쇼팽의 조국 폴란드에서는 쇼팽의 작품으로만 24시간 연주하는 릴레이 음악회가 쇼팽이 태어난 바르샤바에서 열리고 있다. 쇼팽이 그려진 기념지폐도 발행했다니 쇼팽은 클래식에 조국 폴란드와 함께 불멸의 이름을 남긴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드는 쇼팽을 사랑하는 이들로 인해 폴란드가 얻는 경제적 부가가치도 막대하다. 이웃 강대국들의 침략과 지배에 시달리던 조국에게 쇼팽은 품격있는 문화와 함께 경제적인 부(富)도 함께 선물한 셈이다.

 

서른아홉의 짧은 삶을 살다간 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도 같은 해에 태어났건만 유독 쇼팽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것은 그의 음악이 그만큼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선율, 화려한 기교, 시정 넘치는 그의 음악은 전문가는 물론, 대중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클래식인 것이다.

 

피아노로 시를 쓰는 쇼팽과 피아노의 새로운 기교는 물론, 교향시(Symphonic Poem)라는 새로운 클래식 장르를 창안한 리스트는 함께 피아노를 사랑한 음악가로서 우정도 돈독했다. 김은혜씨가 써놓은 쇼팽과 리스트의 얘기가 재미있어서 옮겨본다.

 

세상이 다 알고 있는 6살 위의 연상 연인 소설가 필명 조르주 상드(George Sand, 1804~1876, 본명 오로르 뒤드방 Aurore Dudevant)와 쇼팽이 프랑스 중부 르와르 강변 노앙에 있는 상드의 성(城)에서 요양차 함께 지내고 있을 때 리스트가 방문했다.

 

5월 어느 날 밤, 리스트는 거실에서 쇼팽의 녹턴(Nocturn)을 자기식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듣고 있던 쇼팽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내 작품이니 내가 칠 수 있게 해주시겠어요?"라고 말했다. 쇼팽이 연주를 위해 피아노 앞에 앉자 불을 밝히고 있던 램프에 나방이 날아들어 불이 꺼졌다. "불을 켜지 마세요. 촛불도 다 꺼주세요. 나는 달빛으로 충분합니다."

 

녹턴은 피아노를 위한 음악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밤의 여인 닉스(Nyx)의 로마식 이름 녹스에서 비롯된 야상곡(夜想曲)이다. 희미한 달빛을 받으며 쇼팽은 녹턴을 아름답게 연주했고, 듣고 있던 리스트를 비롯한 동료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단다. 쇼팽은 리스트에게 "우리는 서로 다른 장점을 갖고 있어요. 베토벤이나 베버의 음악을 당신만큼 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얘기도 재미있다. 4~5일 후 같은 시간에 동료들이 다시 그곳에 다 모였는데, 리스트는 불을 끄고 커튼까지도 닫게 한 후 쇼팽에게 연주를 권했다고. 깜깜하여 아무것도 안 보일 때 리스트는 쇼팽에게 살그머니 다가가 자리를 바꾸자고 했단다. 그리고 쇼팽이 며칠 전 연주했던 그 녹턴을 어둠속에서 완벽하게 연주했다. 리스트가 연주할 줄을 꿈에도 생각 못한 동료들은 "쇼팽이 연주한 줄 알았는데…."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리스트는 꼭 쇼팽처럼 연주한 것이다. 한 일이면 열 일! 시샘 가득한 세상에 부러운 교우(交友)이다.

 

조르주 상드와의 만남도 리스트의 소개였다고 알려진다. 수줍음 많고 폐병을 앓고 있던 스물여섯의 쇼팽은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두 아이의 엄마인 상드와 파리의 아구 백작 살롱에서 처음 만났었다. 첫 만남에서는 호감을 느끼지 못한 쇼팽이 스물아홉살이 되던 여름, 건강을 위해 스페인의 마요르카 여행을 다녀오면서 사랑이 무르익는 것이다. 마요르카에서 함께 지낼 때의 또 한 얘기. 어느 날 병약한 쇼팽의 약을 사러 나갔던 상드가 억수같은 비를 만나 황급히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에서도 빗방울 소리가 들려 놀라 빗방울 소리 나는 곳을 찾아보니 쇼팽이 피아노 앞에 앉아서 <빗방울 전주곡(prelude op.28 no,15)> 을 열심히 치고 있더라고. 쇼팽은 자기를 위해 약을 사러 간 빗속의 상드를 걱정하며 <빗방울 전주곡> 을 작곡한 것이다. 상드의 보살핌으로 쇼팽은 건강이 꽤 좋아지고 작곡도 쉼 없이 하였으나 두 아이의 교육방법 문제로 크게 다툰 후 9년간의 열애가 끝났다니…. 아뿔싸, 사랑은 움직이는가?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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