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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규의 섬진강 들꽃이야기] ②노루귀 - 봄날 숲속의 요정

앙증맞고 사랑스런 자태…의연함에 더 놀랍다

땅만 쳐다보며 앞서 가던 사람이 갑자기 발밑을 조심하라며 걸음을 멈춘다. 노루귀를 발견한 것이다. 뒤편 먼발치에서는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꽃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무릎 꿇고 엎드려 눈을 가까이 마주하는 순간, 가슴이 울컥해진다. 얼었던 땅이 이제 막 녹은 듯 한데 어느새 물이 오르고 싹이 트고 꽃이 핀 것이다. 나는 아직도 겨울옷을 벗지 못하고 있는데 10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연하디 연하고, 가냘픈 꽃자루에 보드랍고 다보록한 하얀 솜털을 가득 담고 꼿꼿이 나있다. 그 끝에는 2센티미터 가량 되는 분홍빛을 띤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자그마한 생김새가 앙증맞고 사랑스럽다고나 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는 대견스럽다. 엄동설한이라는 냉혹한 처지와 조건 속에서도 굳세고 의연하지 않은가!

 

묵자는 <생명론> 에서 "생명은 시간적인 우주(宙)에 충만하려는 운동이므로, 생명은 공간적인 우주(宇)와 분리될 수 없다"라고 설명한다. 우주의 기운을 담고 내 발 밑에서 기운을 내뿜고 있는 봄날 숲속의 요정 같다는 작은 노루귀!

 

한 눈 팔거나 딴 짓 하다가 괜한 생명 짓밟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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