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작가 최명희' 주제로 전주 온 이기웅 이사장
"수금 많이 해주면 고맙던, 철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원래 말을 가지고 장사하면 인간이 망가지는 건데 말이죠. 말 장사는 역사에다 팔아야지 시장 바닥에 파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25일 전주 최명희문학관을 찾은 이기웅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70)은 도서출판 열화당(悅話堂)의 발행인이다. 열화당은 어린 시절을 보낸 강원도 강릉시 운정동에 있는 기와집 선교장(船橋莊)에 있는 사랑채 이름. '가까운 이들의 정다운 이야기를 즐겨 듣는다'라는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따왔다.
"30만개 공구를 만드는 데는 그 공구를 만드는 3000개의 공구가 필요합니다. 3000개의 공구를 만드는 데는 그 공구를 만드는 300개의 공구가 필요하고, 300개의 공구를 만드는 데는 30개의 공구가 필요합니다. 요즘 시장주의자들은 많이 팔리는 30만개의 공구만 만들려고 하는데, 이는 말과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출판이 제대로 서지 못하는 것이죠."
그는 "출판은 말장사"라며 부끄럽다고 했다. "책 내기가 두렵다. 무슨 책을 내야할 지 겁이 난다"고도 덧붙였다.
"출판 뿐 아니라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선과 혐오에 찬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 민족은 동족간 싸움이었던 6·25를 치르면서 말이 험해지고 정신도 거칠어 진 것 같습니다."
이 이사장은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말과 같이, 말도 말을 만든 태초의 말이 있었고 문학도 문학을 만든 태초의 문학이 있었습니다. 작가 최명희는 말을 만든 태초의 말과 같고, 문학을 만든 태초의 문학과 같습니다."
최명희문학관 개관 4주년을 맞아 '내가 아는 작가 최명희'를 주제로 강연한 그는 최명희를 "나보다 일곱살이나 어렸지만 어마어마한 작가였다"며 "참으로 아름다운 작가"로 기억했다.
"작가 최명희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자세 하나 화법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작가 최명희의 말과 문학 또한 그렇습니다. 작가 최명희는 엄격하면서도 부드러운 한국 최고의 여성이었습니다."
이 이사장은 출판사 대표로 최명희와 인연을 맺었다. 열화당 '한국의 굿' 시리즈 중 「은산별신굿」(1986)을 사진작가 김수남 선생과 공저했다. 이 책에는 최명희 선생의 미완성 장편소설 '제망매가'의 모티브가 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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