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인 장치로 다양성 도출…허구세계 다루는 영화와 달리 현실세계 담아내 박진감 더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시네마스케이프 부분에는 다양한 다큐멘터리들이 선보인다. 이 다양성이야말로 바로 다큐멘터리가 가진 매력을 잘 요약해 주기도 한다. 허구의 세계를 다루는 극영화와 달리 다큐멘터리는 실제 세계를 그것과는 다른 성질의 다큐멘터리라는 미학적인 장치를 통해서 다뤄야 하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이질적이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비교적 그 의도와 효과가 분명한 다큐멘터리 형식들을 활용하여 관객의 현실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높이려고 한다.
▲ 관찰, 다큐의 힘
<파리 오페라 발레> 와 <네네트> 의 감독은 카메라 앞의 대상을 지켜보고 관찰한다. <파리 오페라 발레> 에서 감독이 지켜보는 것은 무엇보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이다. 무대 위가 아니라 연습실의 리허설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무용수들끼리의 연습, 안무가와 무용수의 안무과정, 안무가들 간의 논쟁을 보여줄 때도 감독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인물들의 내적인 감정의 드라마가 아니라 무용수들의 몸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관찰하다 보면 결국 관객은 그것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에 굴복하게 되는 것이다. <네네트> 의 카메라는 매우 가까이서 거의 강박적으로 고릴라를 지켜본다. 동물원 관람객의 시선을 가장한 카메라를 통해서 네네트를 관찰하기 때문에, 우리는 네네트와 그녀의 동료들 이외에 관람객이나 사육사를 볼 수도 없다. 네네트를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대화, 네네트를 잘 알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사육사의 인터뷰 등이 삽입되어 우리는 네네트의 역사, 습성 등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사육사가, 때때로 자신이 네네트를 보는 것처럼 네네트도 자신을 보면서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순간, 네네트에 대해 주어진 모든 정보와 느낌은 의심을 받는다. 감독은 다큐멘터리도 어쩌면 이런 종류의 작업이 아닐까? 라는 다큐멘터리 작업에 대한 회의도 덧붙인다. 지켜보고 관찰한 것을 자기 맘대로 해석하는 것 하지만 진실인지는 알 수 없는 것. 네네트> 파리> 네네트> 파리>
▲ 인터뷰, 삶의 기록
<동창생들> 과 <비행운> 의 감독은 현실을 단순히 지켜보는 방관자의 역할과 인터뷰를 통한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한다. <동창생들> 감독은 1978년에 중국 샨시성 탄광촌의 한 중학교를 졸업한 동창생들을 30년 후에 추적해 본다. 감독은 주로 동창생들의 직업을 통해 소개하면서, 사회주의 중국에서 태어나 경제개방과 개혁의 물결을 헤치고 버텨온 동창생들의 지난 시절에 대한 소회를 듣는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듯, 감독은 담담하게 그들의 슬픔과 기쁨 절망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비행운> 은 필리핀의 클라크 미군기지가 1991년 철수 하면서 과거에 사용한 독성물질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엄청난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그 지역의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을 암으로 죽게 만드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수많은 피해자들의 인터뷰,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지역 활동가의 봉사와 교육 연대활동은 현재 시급히 해결해야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동시에, 자막을 통해 필리핀-미국의 불평등한 역사에서 비롯된 필리핀 민중의 고통의 역사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비행운> 동창생들> 비행운> 동창생들>
▲ 다큐의 재구성
<헬싱키 포에버> <앙리-조르주 클루조의 지옥> 은 이미 존재하는 필름을 감독의 의도에 맞게 재구성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앞의 작품들과는 구별된다. <헬싱키 포에버> 는 이제까지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던 핀란드 고전영화, 흑백 뉴스릴, 풍경화, 유행음악이 기억하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100년의 역사에 대한 도시 교향악이다. <앙리-조르주 클루조의 지옥> 은 프랑스의 위대한 감독 앙리-조르주 클루조가 일부만을 촬영 한 채 완성하지 못한 <지옥> 이라는 영화를, 최근에 발견된 13시간 분량의 필름과 작업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덧붙여 재구성한 다큐멘터리다. 지옥> 앙리-조르주> 헬싱키> 앙리-조르주> 헬싱키>
/ 민환기 중앙대 연극영화학부 영화담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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