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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조각칼로 새긴 자연과 생명

김경희 개인전 '새 날을 열다' 전주교동아트센터

"이전엔 자꾸 뒤를 돌아보며 '희망'을 그저 '희망'하였다면, 이번 전시는 지금 여기에 충실하며 내 안의 빛과 어둠을 끌어안고 나아가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고해성사를 본 느낌이예요."

 

전주교동아트센터(관장 김완순)에서 열리고 있는 동양화가 김경희씨의 개인전 '새 날을 열다'는 꼭 6년 만에 갖는 전시다. 김씨는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나니 '진정한 예술가의 영성은 성직자의 그것과 같을 수밖에 없다'는 말뜻을 알 것 같다"며 "내게는 6년이 불가능할 것처럼 멀고도 먼 길을 걸어온 시간"이라고 말했다.

 

모든 작품은 한지 대신 미색의 지점토를 바른 뒤 어둡게 칠해 조각칼로 긁어내는 작업의 반복. 색감의 변화는 칠해지는 것이 아니라 긁어내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동판에서 느껴지는 까칠한 선의 느낌이 좋아 시작해 3회 개인전부터 이 방식을 고집했다"며 "긁어낼 때 사각거리는 소리가 얼마나 경쾌한 줄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색을 거의 쓰지 않고, 차분한 갈색으로 안온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그는 "지나친 경쟁의식에 매몰 돼 선함이 밀려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 순간만이라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을 내놓고 싶었다"고 했다. "이제는 마음의 평화를 저당 잡히는 조건이라면 그 어떤 부귀영화도 싫을 것 같다"며 "오만하게 살던 시절도 있었는데, 돌이켜 보니 예술이라는 본질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시련이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마치 수도자가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재판에 가까운 성찰을 듣는 것 같았다.

 

"서양화 재료를 본능적으로 싫어해요. 색을 많이 쓰면 느끼한 것을 먹었을 때처럼 울렁울렁거리는 느낌이 나거든요. 나는 어쩔 수 없는 동양화가란 생각 많이 합니다."

 

판화에서 느껴지는 건조한 느낌과 자연을 소재로 한 생명력의 대비가 절묘하게 조화돼 있다는 평가. 내년 11월 개인전에서는 자연이 주는 세세한 변화에 더 깊게 몰입하고 싶다고 했다. 4월의 끝머리. 연두빛 싱그러움이 온 몸을 적시는 이 때에 보면 참 좋을 전시다. 전시는 5월2일까지 계속된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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