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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디지털 수묵 애니메이션 작가 탁영환씨 개인전, 서신 갤러리

전통수묵화에 실제 촬영된 연기, 디지털 기기로 접목…18일까지 전시

'디지털 수묵 애니메이션'은 탁영환(41)씨가 개념화한 장르다. 전통 수묵화에 다양한 연기(Smoke)를 디지털 기기로 합성해 입체감 있는 수묵화로 만든다. 수묵화 분위기가 나는 애니메이션은 있었지만, 수묵화에 디지털 기기로 여러 장의 화면을 연속 촬영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은 처음이다. 2005년 개인전 이후 3년 만에 갖는 세번째 연기 시리즈.

 

"처음엔 향 연기를 썼어요. 연기는 구름을 대신했죠. 두번째 전시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180도로 뒤집었어요. 마치 폭포수 같았습니다. 앞·뒤쪽 절벽의 공간감을 조절해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했죠."

 

12일부터 전주 서신갤러리(관장 박혜경)에서 열리는'수묵이 보이는 정원(雲海之歌)전'. 낮과 밤의 수묵의 정원이 함께 보여진다. 연기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 자연 앞에 선 고독한 인간이 표현됐다. 화질이 높은 HD TV로 동일한 작품을 보면서 디테일을 살렸다. 탁씨는 이번 전시가 자신의 색깔을 찾게 해준 것 같다며 기뻐했다.

 

전주 출생인 그는 전주대 영문과에 다니던 평범한, 그러나 영화를 좋아하던 대학생이었다.

 

"집엔 영사기 뿐만 아니라 일본 영화 잡지나 8mm 카메라도 있었습니다. 극장에 계시던 큰 아버지 덕분에 동네 극장은 은밀한 놀이터가 됐죠. 커다란 은막 앞에서 비비안 리와 그레고리 펙, 알랑들롱을 알게 됐어요. 허리우드 키드의 꿈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 한 광고회사의 스토리 보드 공모전 수상을 계기로 영상에 눈을 떴다. 광고회사에 취업해 5년 정도 몸을 담았다.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미래에 대한 조급함이 생겼다. 공부라도 하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평소 가장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을 선택, 일본으로 떠났다. 늦깎이 공부였던 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도 앞섰다. 일본 도쿄 디자이너스 가퀸에서 애니메이션,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영상연구과 예술학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다시 6년 전 전주로 왔다. 지역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가끔씩 일본 친구들이 오면 전주가 너무 좋다고 했어요. 인위적인 맛이 없어서래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자기 고향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었듯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수묵은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전면 승부를 걸기는 어려웠지만, 영상으로 보여지면 새로울 것 같았습니다."

 

전주는 영상이나 설치하는 이들에겐 거의 없는 황무지 같은 곳이다. 개인전마저 하지 않으면 작가가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는 이 분야가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라는 인식 대신 예술과 삶의 직접적인 경계를 허무는 영역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서 운영되는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워크숍처럼 이곳에서도 그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 뿌리 내렸으면 좋겠어요. 도시가 주는 무한애정에 이렇게 나마 보답하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는 서신갤러리 공간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18일까지 계속된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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