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우리시대의 성공기업인] 임종배(주)범농 대표

소비자 맞춤형 다품종 소량 생산…국내시장 점유율 60%·중국 등 25개국 수출

㈜범농은 우리 작물에 적합한 종묘 용기를 생산한다. 임종배 대표가 회사에서 생산된 종묘 용기를 점검하고 있다. (desk@jjan.kr)

㈜범농 임종배 대표(56)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쪽 벽면 가득 걸려 있는 38개의 특허증·의장등록증이다. 대표 사무실은 그 회사의 색깔과 분위기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범농의 지향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 실정에 맞는 종묘 용기(트레이·tray)를 꾸준히 개발, 지난해 30명의 직원으로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하고 수출국은 중국·알제리·쿠웨이트·칠레·에콰도르 등 25개국이다.

 

▲ 농업의 과학화 지향

 

임 대표는 지난 1995년 6월 익산 왕궁에 ㈜범농을 설립했다. 지난 1990년대 육묘장이 활성화됐지만 국내는 해외 제품을 모방하는 수준이었고 우리 작물의 모양·형태와 맞지 않아 농민의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 작물에 적합한 종묘 용기 개발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사업을 시작했다.

 

공주 출신인 임 대표는 '효성' 개발 부분에서 근무하다 유통업에 진출했다. 화학제품을 다룬 경험에다 농업용 제품을 유통해 본 사업 이력으로 물류비를 줄일 수 있는 익산에서 범농을 설립했다. 더욱이 농도인 만큼 농업 관련 사업을 하는데 자금 조달 등 각종 지원시책을 활용하는데도 유리했다.

 

사업이 성장가도를 달리던 지난 1998년 8월 화재로 공장이 전소됐다. 당시 사업 초기라 보험도 들지 않았다. 시작 3년 만에 회사의 존폐 위기가 왔다. 하지만 일부 외국 거래처에서는 선급금을 보내줬고 한국에서도 여러 거래처가 남은 물량을 나눠 사용하며 납품을 기다려줬다.

 

임 대표는 "소신있게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관리 덕에 어려움을 극복했다"면서 "화재 이후 마음가짐도 바뀌었다. 주문자생산방식으로 납품하던 곳도 미수금을 바로 결제하는 등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보다 빨리 재기했다"고 회상했다.

 

화재 뒤 공장을 정읍 제3산업단지로 옮겼다. 넓은 부지가 필요했다.

 

▲ 생산·유통 병행 제값 받아

 

비싼 종자가 잘 자라 농민이 고소득을 올렸다는 인사를 해올 때 가장 보람있다는 임 대표는 소비자 입장의 제품 제조, 생산·유통의 병행, 정부의 시책 활용을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가격 경쟁이 아닌 품질 경쟁을 했다. 다른 제품보다 15%~25% 비싸지만 고객이 이익이 남도록 작물 뿌리의 발육·생육에 적합한 모양과 소재를 개발한 점이 가장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외국산 용기는 구멍이 가운데만 뚫려 산소공급이 중앙으로 몰려 뿌리에 노화현상이 일어나지만 우리의 측면 타공 트레이는 양쪽에 구멍이 나 있어 잔가지도 골고루 자라고 공기를 원활하게 공급한다"면서 "딸기는 직근으로 뿌리가 긴 작물인데 이전에는 짧은 칸으로 이뤄진 용기만 있어 우리 회사가 긴 형태를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또 "특정 용기가 많이 팔리면 시세 하락이 예측된다는 정보를 고객과 공유하며 고객관리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성공 요인은 대기업에 납품하지 않고 직접 유통, 판매 이익이 고스란히 회사의 수익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독자 상표로 판매해 납품가에 휘둘리지 않고 이익률이 높다. 이는 소비자 맞춤형 다품종 소량 생산방식이기에 가능했다. 임 대표는 "매출이 몇 백억 원하는 업체가 부럽지 않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아시아에서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국내 판매 가격이 용기 한 개 당 300원이면 수출은 350원으로 수출가가 더 높아 15~20% 정도 수익이 더 남는다"고 밝혔다.

 

▲ 식품용기 사업 확장 계획

 

외환위기 때도 40% 성장할 정도로 종묘 용기 시장은 경기에 민감하지 않다. 시장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계가 있어 해외 판로 개척은 필수였다. 임 대표는 8년 동안 시장개척단 등에 참가, 14년 간 꾸준히 수출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보니 중국에서는 1년 전부터 ㈜범농의 제품과 홍보책자까지 그대로 모방하는 업체가 나타나 대안으로 홍보 책자에 옛 한글체를 넣어 인쇄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상품은 샘플만 보고 결정하지만 우리는 직접 종묘를 길러 최소 6개월, 길면 2~3년 뒤 납품 연락이 온다"면서 "초기 해외 전시회에 참가했을 때 다른 업체 관계자들이 '이런 플라스틱도 수출하냐'고 물을 때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하찮게 보이지만 소재와 물리적 형태 등이 모두 과학이다"고 소개했다.

 

임대표는 앞으로 식품 클러스터를 염두에 두고, 식품 용기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종묘 용기를 생산하는 기기를 이용해 유통기한을 연장하고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능성 식품용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농산물은 생산보다 가공 부문의 부가가치가 크다. 도내 식품 회사 대부분이 경기지역 업체에서 포장 용기를 공급받는 실정인데, 이를 대체하고 매출 한계를 해결할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세명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자치·의회전북도의회 농업복지환경위원회, 행정사무감사 실시

사회일반문형배 “지역균형발전은 좋은 정책 아닌 유일한 정책”

교육일반[NIE] 좁아진 일자리의 문과 해외로 향한 청년, 그 뒤에 남겨진 질문

스포츠일반[전북체육 종목단체 탐방] (13) 전북자치도씨름협회

오피니언[사설]새만금 글로벌청소년센터, 활용 방안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