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눈웃음, 소통 가져다주니 더 곱구나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맺혀 있던 꽃봉오리가 피기 시작한다. 얼레지는 여섯장의 꽃잎 끝의 뒷면이 서로 맞닿을 정도로 완전히 뒤로 젖혀져 피어난다. 그래서 보랏빛의 긴 암술대와 그를 둘러싼 수술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꽃이 활짝 피는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파격적인 개방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활~짝 피어난다. 그러면서도 크거나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고 청초해서 요염하다기보다는 산골 방년의 처자 얼굴에 드러난 진정성과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섬진강변으로 작업실을 옮기고 나서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낮은 돌담 너머로 쳐다보는 마을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방문 앞에 발을 치고 문을 닫아걸고 무언가로 가리곤 했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 모든 것들을 걷어내고 드러내놓게 되었다. 갖고 있는 것이 남다를 것이 없는 삶들이다 보니 거리낌 없이 내보이고 소통하는 삶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 빨래 하는 소리, 외출하는 소리가 서로의 존재를 알리고 상추, 부추, 된장, 고추장이 담장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삶에 슬그머니 나도 문을 열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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