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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의 명창이야기] (35)명창 박초월-①출생과 수업

명창 조통달 어머니와 자매…악사 아버지와 무당 어머니의 셋째딸로…전남 순천서 태어나 남원 운봉으로 이사

 

박초월은 1917년 전남 승주군 주암면 봉암리에서 아버지 박덕순과 어머니 배순이 사이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 박덕삼은 굿판에서 장고를 치던 악사였는데 술 잘 먹고 성질이 걸쭉하다고 하여 '도굿대'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어머니 배순이는 전라도 일대에서 육지 씻김굿을 잘하여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유명한 무당이었다고 한다. 박덕삼은 세 부인으로부터 11녀1남을 두었는데, 박초월이 셋째인 것이다. 그래서 박초월의 호적 이름은 '삼순'이다. '초월'이라는 예명은 아버지 박덕삼이 달을 삼키는 꿈을 꾼 뒤에 운봉에서 밤길을 걸어 승주로 가서 하룻밤을 지낸 후에 딸을 얻었다는 말을 들은 지인이 지어 주었다고 한다.

 

박초월의 집안은 예인 집안이었기 때문에 예인들을 다수 배출하였다. 명창 조통달의 어머니와 박초월은 동복 형제간이다. 대금의 명인 서용석의 어머니 박점례는 박초월의 언니이다. 남원에서 활동하는 아쟁의 서용호와 피리의 서영훈이 서용석의 아들이니, 박초월의 집안에서 나온 이름 높은 예인들만 해도 다섯에 이른다. 이러므로 박초월의 집안 또한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손꼽히는 명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초월은 아홉 살 무렵 남원 운봉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그 마을이 바로 가왕 송흥록과 송광록이 살았던 운봉면 화수리 비전마을이다. 어째서 하필 운봉으로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 박덕삼이 달을 삼키는 꿈을 꾼 뒤에 운봉으로부터 승주로 가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것을 보면, 박덕삼은 운봉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마 아예 운봉으로 이사를 했을지 모른다. 비전에서 가왕과 그 동생 송광록이 나고, 박초월이 그곳으로 이사하여 명창이 된 것을 보면, 명창이 나는 특별한 장소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초월은 보통 남원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 탄생지는 승주군, 지금의 순천시이다. 예전에는 명창이 어디 사람인지를 두고 별다른 논란이 되는 일은 없었다. 판소리 명창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판소리가 '인류 구전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이 되는 등 판소리가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게 되자,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자기 고장의 명창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하면서부터 논란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밖에도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판소리 명창들이 출신지에 관한 논란이 많은 것은 또 특별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사가 쉽지 않다. 토지를 처분하고 또 그만큼의 토지를 매입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토지 소유자였던 양반 명문가들은 수 세기 동안을 한 곳에서 사는 일이 많다. 그러나 토지를 소유하지 못했던 광대들은 상대적으로 이사가 쉬웠다. 게다가 활동 범위 또한 넓어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것이 예사였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살게 되었고, 그것이 출신지 논란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박초월이 처음부터 소리꾼의 길을 간 것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목소리가 좋아서 소리꾼으로서의 재능을 보였으나, 부모가 천대 받는다고 하여 소리를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열네 살에 성산면의 대부호 박진규의 재취가 되어 갔다. 그러나 소리에 재능이 있었던 박초월은 소리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넉 달만에 그 집을 나와버렸다. 그리고는 명창 김정문의 제자가 되었다. 김정문은 그 때에 남원 권번에서 소리 선생을 하고 있었다. 김정문은 송만갑의 제자인데 <흥보가> 로 유명하였다. 박초월 또한 이 <흥보가> 로 소리의 기초를 닦았다.

 

김정문의 <흥보가> 는 송흥록→송광록→송우룡→송만갑→김정문으로 이어진 정통 동편제 <흥보가> 이다. 박초월이 살았던 비전마을에서 송흥록에 의해 시작된 소리인 것이다. 돌고돌아 결국 자기 마을에서 탄생한 소리를 배움으로써 박초월은 진정한 남원의 소리꾼이 되었다. 그러므로 남원 사람들이 박초월을 남원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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