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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35)페르골레지

伊 희극오페라 '막간극' 성공 이끌어…클래식의 중요한 음악장르 자리매김 한몫

 

겨우 26세의 짧은 삶을 살다 간 페르골레지(Giovanni Battista Pergolesi, 1710~1736). 짧은 생애였음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에의 그의 공헌은 참 중요하다. 2010년은 페르골레지 탄생 3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바로크 시대 기악음악에 보편적으로 쓰이던 2부분형식에서 고전시대의 가장 중요한 형식인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가 있는 구조의 소나타형식이 나타나게 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탈리아 희극오페라의 한 유형인 막간극(intermezzo, intermedi)이 클래식의 중요한 음악장르가 되는 데 크게 공헌했다.

 

바로크시대 기악음악에 사용된 2부분형식은 으뜸조(Tonic key)에서 딸림조(Dominant Key)로 진행하는 전반부가 있고 딸림조에서 다시 처음의 으뜸조로 회귀하는 후반부가 있는 전반부·후반부의 2부분형식 구조이었다. 페르골레지는 그 전반부와 후반부 사이에 한 화음, 혹은 짧은 음악을 넣기 시작하였고 그 부분은 그 후 점차 확대되며 발전부가 되어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가 있는 3부분형식의 균형잡힌 소나타형식(Sonata form)이 되는 것이다. 소나타형식은 클래식 기악음악 분야의 가장 중요한 형식이다.

 

막간극은 진지한 내용의 오페라인 정가극 즉,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의 막 사이에 공연하는 가벼운 내용의 희가극이었다. 오페라 세리아의 무거운 내용으로 인해 진지해진 관객, 청중을 잠시 편하게 해주기 위한 코메디 형태의 음악이었다. 이런 막간극이 페르골레지의 막간극 <마님이 된 하녀(la serva padrona), 1733> 가 오페라 세리아에서 독립하여 공연되며 대성공을 거둠에 따라 새로운 막간극 유형인 희극오페라 즉, 오페라 부파(opera buffa)가 되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게되는 것이다. 희극오페라는 당시 '익살극(drama giocoso)', '코믹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 comico)', '익살스케르초(scherzo giocoso)', '음악코메디(commedia per musica)'등 여러 명칭으로 존재했다. 초기에는 등장 인물이 대개 두세명 정도이었으나 고전시대에는 예닐곱명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희극오페라의 또 한 특징은 끝부분에서 등장인물들이 차례로 다 등장하여 함께 노래하며 신나게 끝나는 앙상블 피날레(Ensemble finale)이다. 아름다운 선율, 단순한 화성, 가벼운 반주, 직접적인 표현, 흥겨운 분위기 등이 이탈리아 희극오페라의 특징이었고 이 특징은 18세기 후반에는 국제적 음악어법의 중심요소가 된다.

 

<마님이 된 하녀> 는 파리에서 1746년 첫 공연 후 1752년 다시 앵콜공연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이탈리아 오페라 지지파와 프랑스 오페라 옹호파간 논쟁인 파리 '부퐁논쟁(Querelle des bouffons)'의 원인이 된다. '어릿광대 논쟁' '희극배우들 논쟁'이라고도 하는 부퐁논쟁은 이탈리아 오페라를 지지하는 편에 비교적 진보성향인 왕비를 비롯 루소, 디드로, 달랑베르 등 계몽사상가와 지식계급이 참여하였고, 루이 15세를 비롯한 귀족과 음악가 인 륄리, 라모 등은 프랑스 오페라 옹호파 편에 서서 논쟁을 벌였다. 당시 파리에서는 왕립 아카데미에서 제작비를 보조해 주는데도 내용이 구태의연하여 재미가 없는 프랑스 오페라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던 때였다. 프랑스어 '부퐁(bouffon)'은 '어릿광대', '익살꾼'의 뜻이다.

 

페르골레지는 어렸을때부터 결핵을 앓아 허약했다. 스카를라티, 바흐, 헨델보다 25년 늦게 태어난 그는 오히려 그들보다 훨씬 더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는 13세에서 20세까지 나폴리 음악원에서 작곡과 바이올린을 공부하였고, 22세에 나폴리 토속어로 된 첫 음악희극(Comedia musicale) <사랑하는 수도사(lo frate 'nnamorato)> 를 작곡, 공연하여 대 성공을 거두었다. 이 시기 그는 나폴리 총독의 교회음악가이었는데 당시 나폴리는 심한 지진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불안해하는 분위기이어서 교회에서 종교의식이 많이 행해졌다. 교회음악가인 페르골레지는 오페라뿐만아니라 <장엄미사> 등 종교음악도 작곡하여 종교음악에서도 성공하며 음악가로서의 위치가 확고해진다. 그러나 폐결핵은 더욱 악화되었고 건강이 아주 나쁠 때 그는 예수의 십자가 못박힘에 대한 성모님의 비통함을 표현한 <슬픔의 성모 :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를 작곡한 후 26세의 젊디젊은 나이에 수도원 골방에서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안타까워라! 고작 4년간의 활동이었다. 현악과 콘티누오의 반주 위에 소프라노와 알토가 독창과 2중창으로 감동깊게 노래하는 <슬픔의 성모> 를 듣고 있노라면 주어진 삶을 수도의 자세로 정성껏 받들며 살아야겠다는 경건한 다짐을 하게 될 것을….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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