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화 연상시키듯 굵은 선으로 거침없이 그려내…'아! 독도 그 민족혼 Ⅱ' 24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석양빛 사이로 물 위에 솟아오른 고래등 그림자. 이정재 남서울대 교수에게 독도는 이렇게 다가왔다. 독도를 마주하는 순간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달려들었다. 걷잡을 수 없는 감격에 독도를 담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두번째 독도 방문. 새벽 물안개가 연보랏빛으로 바뀌는 장관이 펼쳐졌다. 해돋이가 시작된 것이다. 물안개가 점점 걷히면서 시야가 밝아졌다. 천장굴의 고요함과 엄숙함이 신비스러웠다. 하늘로 비상하는 괭이갈매기의 군무를 보면서 독도는 아름다운 생명의 천국으로 각인됐다.
"나는 애국자는 아니지만, 독도에 관한 일본의 망언을 지켜보면서 작가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부응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작가라면 독도를 미적인 감각과 역사의식으로 표현하는 게 최선이라고 여겼습니다."
그에게 독도는 문화로서 지켜내야 할 우리 땅이다. 1980년대부터 학생운동을 해오며 예술인의 사회참여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던 그는 독도문화운동에 빠지면서 '독도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서울, 평택에 이은 세번째 전시로 고향인 전주에서는 감회가 남다르다. 이전 전시가 보여지는 독도를 주제로 했다면, 이번 전시'아! 독도 그 민족혼 Ⅱ'은 보여지는 독도 이면(裏面)의 독도다. 단독자로서 자신과 민족에 대한 역사적인 질문을 던지는 실존적인 만남이다.
"'독도 화가 1세대'라 불리는 이종상 화백(서울대 명예교수)이 제 전시를 보면서 이런 말씀을 던지셨습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인식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구요. 그림뿐만 아니라 소설과 시로, 노래와 춤으로 독도를 가슴에 새겨 실질적인 점유권을 누려야 한다고 강조하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독도는 자연을 빌려서 축소해놓은 잘생긴 수반석(水盤石) 같다"며 "자연의 오묘함과 신의 조형미가 빚은 완벽한 창작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그린 독도는 미시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목판화를 연상시키듯 굵은 선으로 거침없이 그린 것이 특징. 독도의 역사성, 민족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스스로 '다큐멘털리즘(가칭)'을 추구한다고도 말한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은 알지만 진정 내 것이라면 사랑하고 가꿔야 한다고 봅니다. 이종상 화백의 말씀처럼 독도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호적에는 올려놓고 자식을 돌보지 못한 무책임한 가장에 비유하면 지나칠까요. 이런 연장선에서 저는 독도를 그리고 또 그릴 겁니다. 그것이 숙명이니까요."
전주 출신인 그는 원광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오클라호마시티주립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원광대 미술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전시는 24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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