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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는 멈췄는데, 빚은 늘었다“…전북, 악성 미분양 1500가구 훌쩍

준공후 미분양 9개월 만에 4배↑거래절벽 속 주담대 4조 원 돌파
기대심리와 전세·생활자금 중심 대출 증가가 뒤섞인 결과로 해석

클립아트코리아.

전북의 아파트 분양시장이 급격한 냉각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히 늘어나면서 그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지역 금융 리스크 확대 같은 부작용이 커지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더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은 지난해 말 403가구에서 올 9월 1,509가구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입주 가능한 아파트가 1년 사이 시장에 쌓였다는 점에서 전북의 수요 기반이 얼마나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이 집계한 전북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3조6000억 원에서 4조900억 원으로 늘었다. 실거래는 얼어붙었는데 대출만 느는 엇박자 흐름이 계속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금리 기대심리와 전세·생활자금 중심의 대출 증가가 뒤섞인 결과로 해석한다. 기준금리가 장기간 동결되며 일부 실수요자들이 “지금이 저점”이라 판단해 움직였고, 대출을 갈아타는 대환 수요도 누적됐다. 전북에서 전세대출 잔액이 주담대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 역시 대출 총량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올 9월 전북의 아파트 거래량은 1,200여 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대출 증가가 곧 시장 회복으로 이어지는 구도와는 거리가 멀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났다. 9월 전북의 인허가 물량은 3,689호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고, 착공도 늘었다. 미뤄진 사업이 한꺼번에 움직이면서 물량은 빠르게 늘었지만 정작 분양은 부진했고, 완공된 단지까지 시장에 누적돼 미분양을 키우는 악순환이 고착됐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금융비용 부담 탓에 분양가를 쉽게 낮추기 어렵고, 소비자는 가격 하락 기대감과 경기 위축으로 관망에 들어가면서 시장 심리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지역 금융권의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준공후 미분양이 늘어날수록 PF(프로젝트파이낸싱) 회수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고, 상호금융권 공동대출 연체율이 뛰어오를 위험도 있다. 지역 부동산 시장 침체가 건설사와 금융기관, 나아가 고용·지역경제로 번져 시스템 리스크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전북의 현 상황을 “대출 증가가 시장 회복의 신호가 아닌, 오히려 가계 유동성 압박이 심해진 결과”라고 해석한다. 저성장·인구 감소·지역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금리 인하만으로는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공급은 많고 수요는 식고, 심리는 위축된 상태가 지속되면 전북의 미분양 문제는 단기 조치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도내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완공된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 상황은 시장의 체력이 이미 한계에 와 있다는 뜻”이라며 “공급 속도를 조절하고 실수요자의 진입 부담을 낮추는 정책적 조치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 부동산은 더 깊은 침체 구간에 들어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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