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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40)대답 없는 질문(The unanswered question)②

음악소리와 어우러져 즐겨라…현대음악도 과거음악 변형시켜 놓았을 뿐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유태계 집안에서 태어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은 클래식과 브로드웨이 뮤지컬 양 분야 모두에서 성공한 미국의 가장 흥미로운 음악가 중 하나이다. 그가 스물여섯살 때 대타로 지휘한 뉴욕필하모닉의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그는 단번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가 되었다. 같은 해에 공연된 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온 더 타운(on the town)> 도 463회나 공연되며 인기를 누렸고, 뮤지컬의 개척자이자 선구자로 불리기도 하는 손드하임(Stephen Sondheim, 1930)이 가사를 쓰고 번스타인이 작곡한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1957)> 도 영화로까지 제작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브로드웨이는 뉴욕에 있는 맨해튼의 대로로 19세기 중엽부터 연예지구로 명성을 얻기 시작하여 지금은 뮤지컬의 세계적 중심지가 되었다. 그 곳에서 성공한 뮤지컬은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예가 많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는 이룰 수 없는 청춘 남여의 사랑의 장애가 <로미오와 줄리엣> 에서는 적대적인 양 가문이던 것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에서는 적대적인 두 갱단으로 바꿔 살아서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죽음으로서 맺어지는 사랑 얘기를 뮤지컬로 인상깊게 표현하였다. 아프리카계 카리브인의 매혹적 댄스, 재즈, 뉴욕의 서쪽지역 틴 팬 앨리(Tin Pan Alley)에서 유행하는 노래 등 다양한 음악을 사용하여 재미있게 작곡하였다. 번스타인은 클래식과 뮤지컬을 경계를 두지 않고 오간 것이다.

 

번스타인은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보스턴 라틴스쿨을 졸업한 다음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하여서는 피스턴(Walter Piston, 1894~1976)에게서 음악을 배웠고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에서는 라이어(Fritz Reiner, 1888~1963)에게 지휘를 배웠다. 20세기 명지휘자 쿠세비츠키(Sergey Koussevitzky, 1874~1951)에게도 사사(師事)하였다. TV를 통해 뉴욕 필과 함께 재미있고 명쾌한 해설이 있는 '청소년음악회(Young People's Concert)'를 열어 청소년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즐거움을 알려주기도 한 그는 음악 교육자로서도 크게 인정받는다. 1989년 크리스마스에는 2차 대전 후 분단된 독일 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념하는 의미로 현장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4악장의 독창·합창 쉴러의 <환희의 송가> 를 노래하면서 '환희(Freide)'를 '자유(Freiheit)'로 바꿔 노래하며 장벽붕괴의 역사적 의미를 음악으로 세계만방에 각인시켰다.

 

그는 음악을 친하게 느끼게 하기 위한, 음악의 본질을 알기 쉽게 느끼게 하기 위한 하버드 대학교에서의 강의 내용을 모아 책으로 내면서 아이브스의 작품 <대답 없는 질문> 에서 제목을 빌려와 책 제목으로 했다. 아이브스처럼 '음악은 어디로?'하며 음악과 친해지기를 권한 것이다.

 

18세기 초 작곡가이자 이론가 라모는 음악을 소리의 학문이라고 했고, 19세기 꽁바리외(J. Conbarieu, 1907)는 음악을 소리로 사고하는 예술이라고 했다. 20세기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는 강력하고 폭발적인 힘들의 종합이라고 했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는 인상과 감정을 소리로 번역하는 것이라고 했다. 음악은 소리의 예술이다.

 

음악에 대한 논의는 항상 열려있다. 문명의 변화에 의해 구체음악, 플러그드(Plugged)음악, 전자음악, 컴퓨터음악, 미니멀음악 등이 등장하고 있는 지금은 더 활짝 열려있다. 이제 클래식, 대중음악, 민요, 민속음악 간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음정, 리듬, 화성, 형식을 잘 모르면 어떠리, 동기 발전이니 주제 변화를 모르면 어떠리, 알면 물론 더 좋겠지만 자세히 몰라도 소리들의 어우러짐을 들으며 즐기면 되는 것이다. 전자음악에서는 전자기기의 작업에 의해 1/3음, 1/4음도 내는 시대인 것이다.

 

어문학과 철학에도 해박한 번스타인은 음악은 결국 모든 예술의 근원인 보편언어에 기초하고 있으며 현대음악도 과거의 음악을 변형시켜 놓았을 뿐 본질에 있어서는 인간 경험의 대지에 뿌리를 둔 표현수단이라고 말한다. '음악은 어디로?' '대답 없는 질문'인 것이다. 음악은 소리들이 노는 것! 소리들이 노는 것을 보며 들으며 즐기면 되는 것이다. 관심이 있으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친해지는 것이다. 소리들을 조화롭게, 의미있게 놀게 하는 것이 음악이다. 뉴욕 필과 함께 하는 번스타인의 <청소년음악회> 는 번스타인의 재미있는 해설과 함께 지금 EBS에서 매주 토요일 아침 7시에 앵콜 재방영되고 있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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