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잎을 생각하고 잎은 꽃을 그리워 한다.
마루 끝에 소슬바람이 불어오면서 일상은 접어들고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밭일 나갔던 종갓집 아주머니는 호미자루 들고 인기척을 내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가마솥 뚜껑 여닫는 소리에 밥 짓고 구들장 데우느라 지피는 굴뚝의 연기는 댓잎 사이로 지는 노을을 가리운다. 강변의 작업실은 또다시 밀려오는 고요함과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당을 서성이다가 담 너머 앞산만 바라보곤 한다.
고요함과 그리움은 수도하는 자들의 기쁨이기도하고 고통이기도 하다.
깊고 높은 산사 선승(禪僧)들 수행처의 굴뚝연기가 산자락에 낮게 내려앉으면서 상사화 꽃대에 휘감긴다. 오래 전 어떤 스님이 세속의 여인을 애틋하게 사랑을 했는데, 날마다 그 여인을 그리워하면서도 신분이 신분인지라 만날 수가 없었다. 스님은 이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 예쁜 꽃을 절 앞마당에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꽃이 초가을이면 산기슭을 붉게 물들이는 상사화다.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으므로, 꽃은 잎을 생각하고 잎은 꽃을 그리워한다 하여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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