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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규의 섬진강 들꽃이야기] (23)상사화

꽃은 잎을 생각하고 잎은 꽃을 그리워 한다.

마루 끝에 소슬바람이 불어오면서 일상은 접어들고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밭일 나갔던 종갓집 아주머니는 호미자루 들고 인기척을 내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가마솥 뚜껑 여닫는 소리에 밥 짓고 구들장 데우느라 지피는 굴뚝의 연기는 댓잎 사이로 지는 노을을 가리운다. 강변의 작업실은 또다시 밀려오는 고요함과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당을 서성이다가 담 너머 앞산만 바라보곤 한다.

 

고요함과 그리움은 수도하는 자들의 기쁨이기도하고 고통이기도 하다.

 

깊고 높은 산사 선승(禪僧)들 수행처의 굴뚝연기가 산자락에 낮게 내려앉으면서 상사화 꽃대에 휘감긴다. 오래 전 어떤 스님이 세속의 여인을 애틋하게 사랑을 했는데, 날마다 그 여인을 그리워하면서도 신분이 신분인지라 만날 수가 없었다. 스님은 이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 예쁜 꽃을 절 앞마당에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꽃이 초가을이면 산기슭을 붉게 물들이는 상사화다.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으므로, 꽃은 잎을 생각하고 잎은 꽃을 그리워한다 하여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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