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영 전북대 교수 '문학 속의 전라 방언' 출간
방언은 몸으로 배우고 가슴으로 느끼는 '탯말'이자 어머니의 말이며 고향의 말이다. 고대 소설의 발상지이자 판소리가 만개한 전북은 말로 이루어진 예술이 발달된 곳. 전북의 말투는 그래서 너무 억세거나 투박하지 않고, 느리지도 않다. 어떤 상태를 묘사하고 설명하는 형용의 어휘와 표현이 섬세하게 분화돼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쉽고 분명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와 소설. 이태영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55)가 펴낸 「문학 속의 전라 방언」은 뛰어난 구사력을 가진 작가의 시와 소설에서 만나는 전북 방언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수행한 '21세기 세종계획' 중 '문학 작품 속에 사용된 방언 검색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2004~2007)'의 결과물을 보완하고 다듬어서 편찬한 결실. 소설에서는 채만식 송기숙 조정래 최명희 윤홍길 이병천 신경숙, 시에서는 신석정 김영랑 서정주 김용택을 대상으로 어휘와 용례를 엄선했다.
"영화 '황산벌'에서 유행한'거시기'가 방언이 주는 재미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최양락의 라디오 '삼김퀴즈' 역시 방언을 희화화 하지 않습니까. 서정주를 비롯해 채만식 윤홍길 이병천 등 문인들도 '거시기'를 숱하게 썼습니다. 방언은 삶의 방식과 다양한 정신의 세계를 반영하기 때문이죠."
이 교수는 "방언은 모든 지역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문화유산"이라며 "방언은 촌스럽고 못 배운 사람들이 쓰는 몇몇 단어가 아니라 언어의 변천사"라고 했다. 방언에는 자연·지리적 배경 위에 사회·문화적 삶을 영위해온 다양한 자취가 반영돼 있다는 설명. 예를 들어 다른 지역에 비해 넓은 들과 바다, 산을 끼고 산 전라도 사람들은 '솔찬히' 넉넉한 인심과 풍류를 누릴 줄 알면서도, 옳고 그름을 따질 때는 '까락까락' 따진다고 했다.
"최근 들어 방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정책적으로 보존하려는 노력을 하는건 반가운 일입니다. 전라도 방언에 대한 연구는 이제 걸음마 단계에요. 현재 「한국 지식인 대사전」을 집필하고 있는데, 전라도 방언이 많지 않아 아쉬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방언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교수는 "전북 말의 매력을 찾는 여행이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시도돼야 한다"며 "전라도 방언 어휘에 대한 연구 외에도 기록으로 남기는 일 이 선행돼야 하며 전라도 말밭 위에 꽃 핀 예술혼, 시와 소설을 우리가 제대로 즐기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역주 첩해신어」,「전라도 방언과 문화 이야기」 등을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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