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2011 신춘문예] 불안한 내용, 낭만적인 이미지로 결집

송하춘(소설가, 고려대 명예교수) 임명진(문학평론가, 전북대 교수)

(좌)송하춘(소설가, 고려대 명예교수) 임명진(문학평론가, 전북대 교수) (desk@jjan.kr)

심사를 마치고, "소설은 다른 장르와는 달리 그 자신의 규범을 갖고 있지 않다"는 바흐친의 주장을 상기해본다. 소설에는 어떤 확립된 틀도 없으려니와 그래서 소설은 늘 변전하는 양식이라는 뜻이리라. 우리의 현실이 변화 중에 있으니 거기에서 이야기를 취하는 소설도 변전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예선을 거쳐 올라온 8편은 청년 실업, 가족 공동체 붕괴, 성 정체성 혼란, 고용 불안, 계층 갈등, 몰가치적 세태, 부박한 연애, 사기와 횡령 등 모두가 부정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다. 각기 그 소재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불안한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불안의 시대가 소설을 '불안소설'로 변전시키는가?

 

다소 불안한 심기를 다스리면서 다음 다섯 편을 골랐다. 「곤충채집」(한상도)의 경우 룸쌀롱 접대원의 변신과정과 곤충표본 작업을 대비하여 몰가치한 세태를 비꼰 점은 그런대로 설득력을 지녔으나, 인물의 성격화에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결말처리도 좀 상투적이다.

 

「노블 클럽」(이은미)과 「숨」(지형서)은 공히 직업적 일상과 배우자와의 심리적 갈등관계를 대비하는 구조로 짜여졌다. 안정된 문장력이 심리 묘사를 받치고 있고 가족공동체 붕괴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소품을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곳에」(차미숙)의 경우, 청년실업이라는 묵직한 내용을 밝은 문체로 이끌어가는, 또 갈수록 무기력해지는 청년들의 심리 상태를 부박한 연애라는 가벼운 호흡으로 처리하는 솜씨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에서의 반전이 나름의 효과를 발휘하려면 앞의 사건들과 긴밀한 관련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인어공주」(강필선)는 앞의 네 작품이 다루고 있는 부정적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거기에 성정체성 혼란과 고용주의 횡포 문제도 건드리고 있어서 '불안'의 백화점이라 할만하다. 이 작품의 장점은 그런 불안한 부정적 내용들을 '인어공주'라는 낭만적 이미지로 결집해내는 아이러니 효과가 돋보인 점에 있다. 게다가 주인공의 죽음은 그런 효과를 다시금 아이러니컬하게 함으로써 결말에 이르러 중층의 의미를 획득한다. 이 작품 역시 단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불안 내용들을 하나로 꿰어가는 구성 과정이 조금은 불안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다소 불안한 구성'이 다양한 불안한 내용을 낭만적 이미지로 결집해내는 역할을 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 당선을 축하하고 정진을 빈다.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전북현대[CHAMP10N DAY] ⑥전북현대 가슴에 ‘왕별’ 반짝⋯우승 시상식 현장

익산익산경찰, 음주운전 집중단속

전북현대‘10번째 우승 대관식’ 전북현대, 전주성 극장으로 만들었다

전북현대[CHAMP10N DAY] ⑤함께 울고 웃었던 전북현대 팬들이 준비한 선물은?

익산익산 왕궁농협, 종합청사 신축공사 안전기원제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