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
먼지 풀썩풀썩 날리는 사막을 걷는 한 마리 낙타가 있었습니다.
가라! 는 한마디 숙명만 업고 가는 낙타. 때론 등에 지워진 중압감에 무릎을 꺾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긴 속눈썹을 파고 드는 모래바람에 방향을 잃고 헤매일 때도 있었습니다. 눈앞을 가로막는 모래언덕이 너무 아득해서 시간시간 조차 가늠할 수 없을 때 오직 지금만을 걷는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놓을 때는 제 몸에 세포가 기억하는 느낌이 나침반이 되어 스스로 방향을 찾아갔습니다.
물 없이도 사막을 건널 수 있는 것은 본디 갈증을 이겨 내도록 진화 된 것이 아니라 다만 결핍을 견뎌 낼 뿐입니다. 내 등에 물이 있다는 기억이 희망이 되어주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길 없는 길을 걷는 낙타처럼 쓸쓸한 일이었습니다. 낙타는 사막아래 흐르는 물길을 기억하고 걷는다지요. 낙타처럼 걷겠습니다. 한걸음씩 비록 느릴지라도.
당선 소식을 받은 날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습니다. 언어를 바르게 배열하는 일보다 더 힘든 건 잘 솎아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어느 것이 잡초인줄 몰라 '죽' 뜯어내고 나면 뿌리 채 뽑혀 나동그라진 나의 언어들이 추울까 걱정입니다. 피붙이처럼 아까운 떨어져 나간 내 언어들에게 새끼 손가락 약속을 건넵니다. 다시 만날거라고, 다시 만나 일가를 이루는 날이 올 것이라고 수필은 제 상처를 세상 밖으로 꺼내놓은 일이라서 늘 부끄럽습니다. 상처는 겨우 겉만 딱딱하게 굳어 있을 뿐 속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습니다.부디 읽으시고 '그런데 어쩌라고' 하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격려해주는 손들이 많습니다. '보리수필'의 문우들, '문학이 있는 목요일'의 회원들, 경직된 어깨에 힘빼라고 알려주던 그. 무덤덤한 것이 情인 남편, 나를 어머니라는 빛나는 호칭으로 불러주는 두 아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수필을 쓰는 사람은 많은데, 자리 없어서 서성거리는 수필가들에게 선뜻 의자하나 내어주신 전북일보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962년 강원도 주문진 출생, 문우회 '보리수필'과 '문학이 있는 목요일'를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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