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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신춘문예] 시적 산문 넘어 산문시를 읽는 듯

정목일(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회장),오하근(원광대 명예교수)

(좌)정목일(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회장),오하근(원광대 명예교수) (desk@jjan.kr)

「미역 할메의 노래」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예심을 거친 몇 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혼잣말처럼 '좋다'고 중얼거리면서도 무엇인가 꺼림칙했는데 이 작품에 이르러 그런 안개가 말끔히 걷혔다. 선정에 심사위원 사이에 전혀 이견이 없었다.

 

이 작품은 "언어가 생각과 문화를 대변하는 것이라면 바닷사람들은 언어는 각설하고 직서이다. 그들의 언어는 질박한 삶이 담겨있을 뿐이다."라고 서민간의 관계나 언어를 증언하면서도 그 바닷사람인 '할메'의 삶의 이야기를 '노래'라 이른다. 이 작품은 그 장르가 수필이라는 산문인데도 우리는 시적 산문을 넘어 산문시를 읽는 듯 착각한다.

 

그만큼 그 언어가 시적언어인 양 함축적이고 비유적이다. '아침은 무간나?' '허리 아픈 건 좀 어떠나?'에서 '인자 그만- 타~'에 이르는 짤막한 문장에도 가난한 할머니들의 굶주림과 아픔과, 연민과 위로의 동병상련이 짙게 배어 의미의 집합을 이루고, 그 사이 파도소리는 안부의 말과 함께 시간의 흐름조차도 '반쯤 잘라먹어 버리는' 것이다.

 

이 작품의 구성도 굳이 들추자면 시인 듯 4단의 연쇄 고리로 이어졌다. '꿈 같은 동남아 미역 처녀숲→수더분한 우리네 미역→미역처럼 가슴이 오그라붙은 할머니의 삶→미역국과 출렁이는 바다'가 시치미를 떼면서 접합된다. 그래서 미역의 사연은 할머니의 사연이 되고 수필은 노래가 된다.

 

새삼 인터넷 시대를 실감했다. 예심에서 추리고 추려 기껏 10여 편이 본심에 올랐는데도 경향 각지의 작품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이제 '신춘문예'에서는 지방지도 중앙지와 어깨를 겨루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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